28일 외교부가 공개한 1994년 외교문서를 보면, 그해 7월 사망한 김일성 북한 주석 소식에 각국 소재 북한 대사관이 혼란스러워했던 흔적도 담겨있다.
주베트남 북한대사관은 베트남 한 언론사가 김일성 사망 이튿날 관련 소식을 보도하자 ‘터무니없는 날조’라며 항의했다. 이 매체가 해당 소식을 전하는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기사를 내밀고서야 상황은 진정됐다.
멕시코에서는 외교부가 북한대사관이 조문록을 설치했다는 내용의 공한(공적 서한)을 직접 외교단에 발송하면서, 우리 대사관이 해명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
멕시코 외교부는 “북한 대사가 급히 의전실을 방문해 ‘대사관에 인력과 복사기가 없으니 공한 발송을 도와달라’고 요청해 담당 직원이 부주의하게 응한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당시 김찬식 주멕시코북한대사는 멕시코 측에 대통령 조전 발송을 집요하게 요구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멕시코 당국자는 “조전이 발송되지 않을 경우 대사직을 지탱할 수 없을 정도의 절박한 상황임을 짐작하게 했다”고 우리 측에 전했다.
외교부는 이날 이런 내용이 포함된 ’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 2천506권, 38만여 쪽을 일반에 공개했다.
정부는 국민 알 권리 보장과 외교 행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생산된 지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를 매년 공개하고 있다.
올해 공개된 부분은 1994년도 문서가 중심으로, 김일성 사망과 함께 제네바 북미 기본 합의문 체결, 한국의 미국 에너지부(DOE) ‘특별 관리 대상’ 제외 등 내용이 담겼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사전 예약을 통해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볼 수 있다. 6월 이후에는 ‘공개 외교 문서 열람 청구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