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양 신도시에 북한 최초의 PC방이 지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이를 ‘컴퓨터 오락관’이라고 이름 짓고 300석을 갖춘 첫 인터넷 편의시설이라고 홍보했지만, 전문가는 현재 북한에서 자유로운 인터넷 활동이 원칙적으로 차단된 만큼 보여주기식 공간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1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3일 딸 김주애를 동행해 평양 화성지구 3단계 구역에 들어선 주요 편의시설들의 운영 준비 현황을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판 PC방인 ‘컴퓨터 오락관’이 공개됐다. 총 300석 규모로 지어졌다는 이 시설의 사진을 보면, 실내 양옆과 가운데 컴퓨터 의자들이 배치됐고, 벽면과 천장에는 미래지향적 느낌을 주기 위한 파란색 조명들이 설치됐다. 김정은이 이 공간을 둘러보며 관계자 설명을 듣는 장면도 포착됐다. 다만 아직 PC방의 핵심인 컴퓨터 등 전자기기와 인터넷 회선 등은 들어서지 않은 모습이다.
김정은은 이 공간을 두고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개업하는 봉사 분야(편의시설)의 기지인 것만큼 운영 체계와 질서, 봉사 준비에 특별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또 “새로운 봉사 분야를 새로운 형식과 방식으로 부단히 개척하고 확대해 나가는 것은 수도 시민들과 전국 인민들의 물질문화적 복리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키려는 우리 당의 정책 실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이 공간이 별다른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봤다. 북한 주민들은 외부 세계와 연결되는 인터넷 대신 광명망 등 당국이 검열·감독하는 인트라넷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싱가포르 데이터 분석기관 데이터리포털(DataReportal)은 ‘디지털 2024 글로벌 보고서’에서 작년 기준 북한 인구 약 2620만명 가운데 99.9% 이상이 인터넷에 ‘비연결’된 상태로 조사 대상 국가 중 접속률이 최하위라고 밝혔다.
작년 말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업무상 필요에 따라 인터넷을 사용하는 경우 복잡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승인을 받으면 2명의 인터넷 사용자 사이에 1명의 사서가 검색 내용을 감시하면서 5분 간격으로 지문을 찍어줘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북한판 PC방과 관련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우 우리가 생각하는 인터넷 세계와는 굉장히 거리가 멀다. 자체적으로 구축한 포털에서 제한된 검색을 하고 문서 작업을 하는 시스템을 이용한다”며 “이번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는 정보·교육 시스템에 컴퓨터가 도입됐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보”라고 했다.
김정은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5일에는 화성지구 3단계 준공식에 직접 참석했다. 준공식에는 김정은을 비롯해 박태성 내각 총리, 김덕훈 노동당 중앙위 비서 등을 비롯한 당정 주요 간부들과 일군들, 건설자들, 평양시 근로자들이 참석했다. 김정은은 이날 “이렇게 현대적인 살림집을 이제야 안겨주게 되어 미안하다고, 오늘 감격과 환희에 넘쳐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대하고 보니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감을 떠맡아 안을 결심이 더욱 굳어진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북한은 2021년 1월 8차 노동당 대회에서 5년간 평양에 매년 1만 세대씩 총 5만 세대 주택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 송화거리를 준공했다. 이후 2023, 2024년에 각각 화성지구 1단계, 2단계 1만세대 주택을 준공한 데 이어 이번에 3단계 1만세대 살림집 건설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