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 수백명이 러시아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불법 노동을 하며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러시아 매체 RTVI는 15일(현지 시각) 러시아의 와일드베리스의 모스크바 창고에서 북한 여성으로 추정되는 인원들이 줄을 서 이동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도했다. 이 영상은 와일드베리스 직원들의 단체 채팅방에 처음 올라와 언론 매체 등에 입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와일드베리스는 고려인이 창업한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러시아판 쿠팡’으로 불린다.
영상을 보면, 북한 노동자로 추정되는 인원들은 보라색 와일드베리스 작업복을 입고 있다.
와일드베리스는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프로젝트 성과에 따라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상 속 인원들이 임시 고용된 상태인 점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와일드베리는 이들 외국 근로자가 북한 출신이냐는 언론 질의에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즉답을 피했다.
RTVI와 함께 러시아 독립 언론인 모스크바 타임스도 이 영상을 입수해 보도하면서 와일드베리스에 수백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고용된 정황이 포착됐다고 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 4000명 규모의 병력을 파병하는 등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면서 군사 분야뿐 아니라 경제 분야 교류도 확대하고 있다.외교가에선 북한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밀착하면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유엔의 대북 제재가 유명무실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대북 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해 회원국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안보리는 2019년 12월까지 해외에서 일하고 있던 북한 노동자를 모두 송환하도록 하는 결의안도 채택했다. 그러나 러시아 외무부는 2020년 초 교통수단이 제한돼 북한 노동자 본국 송환이 어렵다고 주장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해 6월 “이주의 권리를 제재하는 것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있는 가족이 어딘가에서 돈을 벌고 아이들을 먹여 살릴 기회를 잃는다”며 안보리 제재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 이후 북한군이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국 병력을 파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건설 현장에 북한 특유의 억양을 사용하는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북한이 학생 비자를 이용해 노동자 수천 명을 러시아에 보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모스크바 타임스는 러시아 외무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북한인들에게 발급된 비자는 총 9300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8 600건은 학생 비자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