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이 나라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인사 학살’로 손발이 잘려나갔다고는 해도 아직도 상당한 권한을 쥐고 있는 총장이다. 추 장관 모자(母子)의 특혜 비리를 누구보다 파헤치고 싶은 사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윤 총장의 전략은 무엇일까.
●현재 이 사건은 서울동부지검이 맡고 있다. 야당은 동부지검 수사팀이 이미 믿을 수 없다는 게 드러났으니 ‘제3의 수사팀’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정 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추 장관이 검찰 인사권을 쥐고 있고, 그 인사권을 ‘정권 코드’에 맞춰 전횡해온 것이 명백해진 만큼 수사 공정성을 바라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제3의 수사팀이란, 첫째 검찰총장이 임명할 수 있는 ‘특임검사’, 둘째 국회가 특별법을 만들어야 하는 ‘특별검사’,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특검’, 그리고 셋째 법무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특별수사본부’가 있다. 셋 중 하나가 성사되면 서울동부지검을 손 떼게 할 수 있다. 윤석열 총장은 지금까지 철저한 ‘신중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어떤 형식으로든 ‘직접 지시’, 혹은 ‘간접 당부’, 이런 말이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윤 총장은 동부지검장이 책임지고 지휘하는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다.
●올해 쉰여섯 김관정 동부지검장은 강원도 강릉 출생인데 대구 영진고교를 나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그는 ‘채널A 사건’에서 추 장관 입장을 적극 뒷받침하는 등 현 정부 들어 검찰 내 주류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러나 추 장관은 거의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사건’은 아주 간단한 사건이다. 조사해야할 참고인도 10명을 넘지 않는다. 살펴봐야 할 증빙 서류도 서너 건 뿐이다. 서울동부지검이 이처럼 아홉 달 동안이나 뭉개고 있을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처럼 간단한 사건이기 때문에 추 장관도 동부지검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사건이 얽히고설켜 복잡해야만 구멍이 많은 법인데, 사건이 너무 간단하다보니 외통수에 걸려 있는 모양새인 것이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결말이 나든 ‘추미애 타워’는 이미 정치적으로는 붕괴음을 내면서 기울고 있다. 윤석열 총장은 추미애 법무장관과 김관정 동부지검장, 두 사람이 어떻게 나오는지 길목을 지키고 있으면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대검 간부들이 말하는 것처럼, “특임검사나 특별수사본부 같은 제3의 수사팀을 꾸리는 문제를 윤 총장이 먼저 꺼내면 자칫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거꾸로 정치적 공세를 받게 될 것”이 뻔하다. 특임검사나 특별수사본부는 여당이나 추미애 장관 측에서 먼저 말을 꺼내도록 은근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 지금으로선 최선의 전략인 것이다. 윤 총장은 지금 의중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 지금은 기다려야 하는 때다.
●김관정 동부지검장도 이제 함부로 축소 수사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국민이 보는 눈, 언론이 지켜보는 눈, 그리고 야당인 국민의힘이 감시하는 눈이 온통 동부지검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김관정 지검장이 이번 사건을 뭉개려면 자신의 인생을 걸어야 하고, 또 정권이 바뀐 뒤 특검이 구성돼 재수사를 하게 될 경우 그 뒷감당까지 각오해야 한다. 추 장관과 문 정권도 거기까지 보장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검찰 판단은 두 갈래다. 하나는 아들 서모씨가 어쨌든 휴가 연장을 허락 받은 형식을 취했기 때문에 군 형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른 쪽은 추 장관의 보좌관과 군 관계자가 공모해 휴가 연장을 만들어냈다면 근무지 이탈은 물론 직권남용의 죄까지 물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 윤 총장은 그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미애 장관이 ‘마지막 코너’에 들어서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추 장관 아들 스물일곱 살 서모씨는 60대1의 경쟁을 뚫고 명문 축구 구단인 전북현대의 인턴직에 채용돼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근무 성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 전북현대는 프로 스포츠 업계에 취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야당은 “인턴 채용 과정을 정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여러 독자들은 경쟁률 높은 카투사에 선발된 과정도 규명해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당연한 궁금증이다. 왜냐하면 ‘부모 배경’과 ‘엄마 찬스’를 쓰는 자식은 단 한 번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곳곳에 그 흔적을 남기고 다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