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인 3일 경찰이 집회를 막기 위해 차벽으로 광화문 일대를 원천 봉쇄한 것과 관련해 야권에서 ‘재인산성’이란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5년 전 야당 대표시절 경찰의 차벽을 동원한 집회 차단을 ‘반헌법적’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천절인 3일 오전 서울 광화문 도로에 돌발적인 집회·시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경찰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시절이던 2015년 11월 15일 박근혜 정부가 경찰차벽을 동원해 시위대를 막으려 하자 트위터에 “대한민국 민주주의 정부가 반헌법적인 경찰차벽에 의해 가로막혔다”며 “대통령(박근혜)은 차벽을 국민을 막을 게 아니라 노동개악, 청년실업 등 국민의 절규를 들으라”고 했다.

당시 ‘민중총궐기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고 살수차까지 동원된 시위 진압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고, 백남기씨가 의식을 잃고 사망했다. 당시 시위대는 경찰 버스의 창문을 부수고 낙서하면서 “명박산성에 이어 근혜장성이 등장했다”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은 또 그해 12월 2차 총궐기 집회 뒤에는 민주당 최고위에 참석해 “경찰 차벽이 사라지니 평화가 왔다. 결국 정부 태도에 달린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집회, 시위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나라는 독재국가다. 정부가 집회 시위에 알레르기처럼 반응하며 과잉대응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위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려면 정부가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먼저”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7년 2월 TV토론회에선 “(당선 뒤) 퇴진 시위를 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질문에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 끝장토론이라도 해 시민들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청와대를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며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시민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광화문에서 대토론회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야권은 문재인 정부에서 등장한 대규모 경찰차벽 설치를 ‘재인산성’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계몽군주’는 소총과 휘발유로 코로나를 방역했고, 우리 대통령은 경찰 버스와 공권력을 동원해 코로나를 방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는 페이스북에서 “시내 한복판에 계엄 상태같은 재인산성을 만들었다”며 “'달의 몰락'이라는 노래가 생각난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광화문에 나와 대화하겠다던 대통령 눈에는 국민이 오랑캐로 보인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보수 단체의 불법 집회를 완벽하게 봉쇄해 코로나 재확산에 대한 국민 불안을 덜어준 경찰의 노고에 감사한다”고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이날 “불집회를 완벽에 가깝게 봉쇄한 경찰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