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가운데) 국무위원장과 임종석(왼쪽)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2018년 4월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뉴시스

통일부 등록 민간단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북한에 지급해야 할 저작권료가 국고에 귀속될 처지에 놓이자 이를 ‘꼼수’로 저지한 것으로 4일 나타났다. 관리·감독권한이 있는 통일부 또한 “소멸시효가 도래한 저작권료는 연도별로 회수하여 재공탁 하도록 할 예정”이라면서 향후 이 같은 ‘방식’으로 북한 저작권료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현재 경문협 대표는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5~2008년까지 국내에서 북한 영상·저작물 등을 사용한 대가로 북한 측에 도합 7억9200여만원의 저작권료를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박왕자씨 금강산 피격사건을 계기로 저작권료 송금이 중단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쌓인 북한 저작권료는 약 21억원에 달한다. 이는 경문협이 2009년 5월부터 북한의 대리인 격으로 국내 방송사 등에 저작료를 징수한 것이다.

법원 공탁금은 청구권자가 돈을 가져갈 수 있는 날로부터 10년 동안 찾아가지 않으면 국고로 귀속된다. 정상적인 절차대로라면 2009년 공탁금 2266만원, 2010년 2억790만원은 우리 측에 회수될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문협은 국고 귀속일이 다가오자 ‘회수 후 재(再)공탁’방식으로 북한의 재산을 지켜냈다. 국고에 환수될 2009년·2010년도 북한 저작권료 2억3000여만원을 일단 되찾은 뒤 법원에 다시 맡기는 수법이었다.

통일부도 김기현 의원실에 보낸 서면답변서에서 “남북저작권센터가 연차 별로 회수하여 재공탁 할 예정”이라고 했다. 내년 국고로 환수될 예정인 2011년분 저작권료 1억700만원도 똑같은 방식으로 경문협이 잡아두게끔 하겠다는 것이다.

일러스트= 안병현

경문협은 국내 북한재산(북한 저작권료)으로 6·25전쟁 당시 강제노역에 시달린 국군포로들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에도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판결에 따라 국군포로 변호인단이 북한 저작권료에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신청하자, 경문협이 “저작권료를 받을 주체는 조선중앙TV와 같은 원저작자이지 북한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독재국가인 북한에서 조선중앙TV가 저작권료 권리를 독자적으로 주장할 수 있느냐. 북한의 곳간을 지켜내기 위한 억지 논리”라는 비판이 나왔다.

2004년 남북 교류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인 경문협은 문재인 정부의 실세(實勢)들과 인연이 깊다. 임종석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2대 경문협 이사장(2005~2007년)을 맡은 뒤 현재 다시 대표직을 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의원, 수도권 중진인 우상호·홍익표 의원도 경문협 이사로 일했던 경력이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국가 재산을 북한에 상납하는 복종적인 태도가 계속된다면, 우리 국민이 처참하게 살해되는 일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면서 “당장 북한 저작권료를 환수해서 강제노역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