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신문들이 오늘 이런 제목을 달았다. ‘추미애 윤석열 정면충돌’. 김봉현이라는 사기꾼의 말 한마디에 추미애·윤석열이 ‘시즌2 전쟁’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언론들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듯 보도를 했다. 추미애 법무장관 측 주장은 이렇다, 윤석열 검찰총장 반박은 이렇다, 이런 식이다. 자, 이럴 때 우리 시청자들께서는 누가 진실이고 누가 거짓인지 어떻게 감별할 수 있을까, 그것을 말씀 드리겠다.
1조6000억을 증발시킨 ‘라임 사태’의 주범 46살 김봉현. 김봉현이 옥중 서신을 언론사에 보낸 게 지난 금요일이었다. 옥중 ‘입장문’이라고 쓴 신문도 많았다. 원 제목은 ‘사건 개요 정리’다. 요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라임 사태가 터진 작년 7월 전관 변호사 1명, 검사 3명에게 룸살롱 접대를 했다.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였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 정치인에게도 수억원 금품 로비를 했다. 야당 정치인 동원해서 은행 로비했다.” “그런데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짜맞추기식 수사를 직접 경험한 나는 검찰개혁이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1) 1000만원짜리 검사 룸살롱 접대, 2)수억원 야당 정치인 로비, 3)윤석열이 수사를 막았다, 4)검찰개혁 필요하다, 등이다.
이 옥중 서신은 핵심 포인트가 윤석열 찍어내기에 적합하도록 돼 있다. 라임 수사를 총괄하는 형사6부 부장부터 ‘윤석열 키즈’이고, 룸살롱 접대 자리에 있던 검사가 라임 수사팀의 책임자로 있어 주로 여권 정치인 사건 수사에 집중했다는 식으로 돼 있다. 한마디로 윤석열 총장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한 ‘공작’이라는 의혹을 살 수 있고, 또 검찰과 범인의 유착, ‘검범(檢犯) 유착’이라는 공작을 펴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우선 김봉현은 검사가 수사 상황을 대검에 직보 했는데, “(실제 내 앞에서 보고 이뤄짐)”이라고 적었다. 그런데 이 세상 어떤 검사도 범죄 피의자 앞에서 수사 상황을 보고하는 검사는 없다. 또 이른바 1000만원짜리 술자리에 대해서도 당사자 변호사는 이렇게 반박했다. “참석자는 나와 김봉현, 검사 출신 변호사, 비법조인 등 총 4명이었다. 현직 검사는 없었다.” 더군다나 “(술자리가 있었던) 지난 7월은 라임 수사팀이 꾸려지지도 않았을 때인데 어떻게 라임 수사 검사를 접대한다는 거냐”고 반문하고 있다.
그 뒤에 이뤄진 라임 수사팀 선정은 남부지검과 대검, 법무부가 협의했고, 추미애 장관이 승인했다. 수사가 뭉개졌다면 자기들이 뭉갠 셈인데, 왜 윤석열 총장이 덮었다고 하는 것인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건 정말 말이 안된다는 반응도 있다.
김봉현은 자신이 “청와대 민정·정무 라인을 타고 있다”느니, “민정실·금감원 모두 내 사람”이라고 했던 사기꾼이다. 정권의 비호를 받고 있다고 과시하던 장본인이다. 추 장관은 이런 사람의 말을 신뢰하는가라고 묻는 반응이 많다. 김봉현은 처음에는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공격하더니 지금은 야권을 공격하면서 검찰 개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식으로 정권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을 똑같이 하고 있다.
아무튼 김봉현의 옥중 서신이 공개된 이틀 뒤 일요일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총장을 대상으로 전면전을 시작했다. 추 장관 측은 ‘별도 수사팀’을 꾸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2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해서 윤 총장을 지휘 라인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윤석열 총장 측은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서 즉각 반박 입장문을 냈다. “검찰총장에 대한 중상모략과 다름없다.” “법무부의 발표 내용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이다.” 등이다. 윤 총장 측은 법무부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즉 ‘야권 정치인 의혹도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검사 비위 의혹은 16일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 하지만 총장의 지시가 남부지검에 먹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김봉현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총장의 개인 반응도 나왔는데, “턱도 없는 이야기다. 수사를 내가 왜 뭉개느냐.”는 것이다.
한 신문은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의 복수 관계자를 인용했다. “야권 수사도 진행 중이다. 총장보고까지 했다. 검사 비위 의혹은 김봉현 폭로로 처음 알게 됐다.” 즉 현장 검사들은 법무부 발표보다 윤석열 총장 발표가 진실에 가깝다고 손을 들어 준 것이나 같다. 김봉현이 검찰 수사에는 응하지 않고 법무부 감찰에만 응하고 있는 상황은 “배가 산으로 가버리고 말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여권이 수사 대상이 되자 윤석열 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또다시 박탈하려는 것이다.
검찰 내부 분석에 따르면 “라임 수사가 여권을 겨누기 시작하자 검찰이 정권의 타깃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법무부 감찰실 박은정 감찰담당관은 16일부터 감찰에 착수했다. “사흘 간, 금 토 일 김봉현을 조사했다”고 한다. 룸살롱 접대에 등장한 검사들의 신원을 파악했다고도 했다. 금품 수수 비위도 김봉현의 진술이 있었지만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검사장 출신 야권 정치인에 대한 억대 금품로비’ 의혹 진술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법무부의 핵심 타깃은 윤석열 총장이다. 이렇게 돼 있다. “검찰총장이 라임 사건 수사 검사 선정에 직접 관여하고 철저한 수사를 수차 밝혔음에도 야권 정치인 및 검사 비위에 대해선 구체적인 사실을 보고받고도 여권 인사와는 달리 철저히 수사토록 지휘하지 않은 의혹 등 그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다.”
추 장관 입장에서 본다면 김봉현의 편지가 추 장관에게 세 자루의 칼을 쥐어준 셈이다. ‘윤석열 잡기’, ‘야권 잡기’, ‘검찰 군기 잡기’ 등이다. 가히 1석3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의 직접 감찰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침해한다는 비난 여론도 높다. 대규모 금융 사기범의 말 한마디로 검사들에 대한 직접 감찰에 돌입했다는 것, 그리고 무슨 비위가 증거에 의해 확인된 것처럼 언론에 모두 공개를 한 것, 이것은 법무부가 사기꾼의 말 한마디에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추 장관은 라임 수사 검사 증원 요청에도 신속하게 승인해주지 않았고, 게다가 남부지검에 있던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해체해놓고 이제 와 수사가 미진하다니 스스로 앞뒤가 틀린 말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김봉현이 강기정 전 수석에게 5000만원 전달했다고 했을 때는 그를 사기꾼이라고 했던 인사들이 이제 같은 입으로 김봉현을 거의 ‘진실을 말하는 파수꾼’, ‘검찰 개혁 필요성의 산 증인’으로 대접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서두에 말씀 드린 대로,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고, 누가 거짓에 휘둘리고 있을까. 일부 언론에서는 ‘기계적 중립’을 지키느라 양쪽 의견을 5대5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의 진위를 정확하게 감별하는 방법은 없는가. ‘리트머스 시험지’는 없을까. 있다. 감별 방법이 있다. 간단한 질문을 던져 보면 된다. 지금 누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항하고 있느냐, 이 질문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항하고 있는 쪽이 진실을 말하는 충신이요, 그 반대쪽이 역사의 간신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송삼현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이렇게 증언했다. “야당 정치인 비위 의혹은 윤 총장 보고까지 이뤄진 사안이다.” “이를 윤 총장이 못하게 하거나 (수사를) 막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윤 총장은 야권 정치인에 대한 비위든 뭐든 어떤 보고 때마다 ‘철저히 수사하라’고 당부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십니까. 누가 간신이고 누가 충신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