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20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산업통상자원부 직원 등 감사 대상자들이 감사 과정에서 집단적이고 적극적으로 증거 인멸을 한 문제점’도 강도 높게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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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 직원들은 감사원 감사가 착수됐다고 하자 ‘대책’을 논의하고 ‘증거 인멸’ 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다른 직원이 오지 않을 일요일 밤 11시 30분 심야에 사무실에 들어가 남몰래 컴퓨터에 저장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고, 이를 감사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 간부 A는 2019년 11월 감사 상황을 보고받고 E 등 부하직원들을 회의실로 불러 ‘대책’ 회의를 했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증거 자료 삭제’였다.
지시를 받은 직원은 평일엔 다른 직원의 눈이 있어 ‘작업’을 하지 못해 12월 1일 일요일 밤늦은 시간을 틈탔다. 그는 23시 24분 36초부터 다음 날 01시 16분 30초까지 약 2시간 동안 사무실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월성1호기 관련 자료(총 122개 폴더)를 삭제했다. 그리고 해당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이 직원들은 처음엔 민감하다고 판단되는 문서를 우선적으로 삭제하고, 그 다음에는 ‘완전 범죄’를 위해 삭제 후 복구되어도 원래 내용을 알아볼 수 없도록 파일명 등을 수정하여 다시 저장 후 삭제했다.
그러다가 삭제할 자료가 너무 많다고 판단하여 단순 삭제(shift+delete 키 사용)방법을 사용했으며, 이후에는 폴더 자체를 삭제하는 ‘과감성’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부는 ‘BH(청와대)’ 보고 문건도 삭제했다. 산업부는 2019년 11월 26일 감사원으로부터 '월성1호기와 관련된 최근 3년간의 내부 보고자료·BH 협의 및 보고자료·한수원과 협의자료 일체 등을 온나라 공문으로 요구받았다.
그러자 다음날인 27일과 28일 감사원의 담당 감사관에게 이메일로 “월성1호기 및 신고리5‧6호기 소송 동향” 등 일부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2018년 4월 3일 대통령비서실에 보고한 문서 등 대부분의 문서는 누락했다. 청와대 보고 문건 등은 쏙 감춘 것이다.
감사원은 이 같은 삭제 작업으로 인해 포렌식을 통해 ‘에너지전환 후속조치 추진계획’(2018. 3. 15., 장관 및 대통령비서실 보고) 등 총 444개(중복파일 10개 포함)의 문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중 324개는 문서의 내용까지 복구가 되었고 나머지 120개의 경우 내용은 복구되지 않았다고 했다.
감사원법 제27조 제1항 제2호와 제32조 제1항 및 제51조 제1항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에 필요하면 증명서, 변명서, 그 밖의 관계 문서 등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의 제출을 게을리한 공무원에 대하여 그 소속 장관에게 징계를 요구할 수 있으며, 감사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는 공무원과 이 법에 따른 감사를 방해한 자의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산업부는 감사원으로부터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관련해 자료제출 요구가 있으면 해당 자료의 제출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고, 산업부장관에게 보고되는 등 공공기록물로서 중요성이 높은 전자문서 등을 무단으로 삭제·파기하거나 은닉·유출함으로써 감사원 감사를 지연시키는 등의 방해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산업부 직원들은 이런 법령을 어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