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노 후보자의 ‘복사해서 붙여넣기 답변’이 논란이 됐다.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노 후보자의 남편 이모(58)씨의 재산 증식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여야는 이 같은 논란에도 민주당은 ‘적격’, 국민의힘은 ‘부적격’ 의견을 넣어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노 후보자가 전날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 320건 가운데 63건이 지난달 조성대 선관위원 후보자의 답변서와 띄어쓰기에 토씨까지 같다”며 “기본적 소신까지 베껴서 선관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했다. 노 후보자는 선관위 중립성에 대해 “회의체 방식 의사 결정 과정이 독립적, 중립적”이라며 조 후보자와 같은 답변을 했다.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에 대해서는 “정치 중립 의무와 동시에 정치 활동 자유를 향유해야 한다”고 했고,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해선 “역사, 전통과 문화, 국민 의식 수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똑같이 답했다. 노 후보자는 ‘서면 답변을 직접 작성했느냐’는 질문에 “네”라고 했다가, 추궁을 받자 “많은 서면 질의를 짧은 시간에 혼자 다 답변하기는 힘들었다”고 했다.

2018년 8월 대법관에 임명된 노 후보자는 선관위원장에 임명되면 대법관 임기(6년)가 종료되는 2024년 8월까지 재직한다. 첫 여성 선관위원장으로서 내년 재보선과 차기 대선 및 지방선거, 22대 총선까지 관리하게 된다. 그는 광주 동신여고,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했고, 진보 성향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노 후보자는 우리법연구회에 대해 “학술 연구단체로 초임 판사 무렵 몇 번 세미나에 참석했다”며 2000년대 중반 이후 탈퇴했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무죄 판결, 전교조 합법화 등 여권 성향 대법관들과 함께 ‘다수 의견’에 섰다. 그러나 ‘이 지사의 (정치적) 사정을 감안했나’라는 질문에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과거 주심을 맡은 대법원 판결이 군 형법 조항을 간과해 군사고등법원에 의해 뒤집혔다는 지적에는 “업무 처리의 소홀함이 있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잘못된 판결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야당 의원들은 “실수였다고 인정하면 안 되느냐”고 했다.

한의학 박사인 남편 이씨의 부동산 재테크도 논란이었다. 이씨는 2016년 7월 경기도 청평의 5층짜리 건물을 보증금 5억원에 임차했다가 내부 공사를 둘러싼 분쟁이 생기자 8개월 뒤 은행 담보 대출(7억6000만원)을 끼고 보증금만 전환하는 방식으로 12억6000만원에 건물을 사들였다. 이어 3년여 뒤 건물을 22억원에 매각해 9억4000만원의 차익을 거뒀다.

이씨는 임대인 측과 ‘공사 지체 시 하루 100만원씩 보상금을 지급한다’ ‘대출과 보증금만으로 건물 소유권을 이전한다’ 등의 합의서를 체결하고 소송도 냈다.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은 “법률 지식을 활용한 이런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에 노 후보자는 “나중에 알고 난 다음에 사실은 타박을 좀 했다”면서 “남편이 직접 요양원을 운영한 사안으로, 투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서범수 의원은 “이씨의 요양병원이 작년 매출 57억원을 거뒀는데, 홈페이지에 ‘산삼약침’ ‘구충제 성분’ 등 검증 안 된 항암 치료를 홍보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당 김형동 의원은 이씨가 2016년부터 이달 10일까지 속도 위반(13차례), 신호·지시 위반(6차례) 등 총 21차례 교통 법규를 위반했다고 했다. 노 후보자는 “남편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