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의 진로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을 민주당 경선에서 신인인 강선우 교수에게 밀린 금 전 의원은 낙천 이후 서울 용산구에 변호사 사무실을 냈다. 이후 지난 10월 21일 민주당을 탈당했다.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민주당의 당론인 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에 반대했던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당 윤리심판원이 금 전 의원을 징계했고, 금 전 의원이 이에 불복해 “국회의원의 징계 사유를 명시한 당규에 당론 거부 항목이 없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나고도 재심 결정이 5개월 가까이 미뤄지자 결국 민주당을 탈당했다.
김종인이 금태섭 언급한 이유
금 전 의원이 탈당하자 정치권은 들썩였다. 특히 탈당 당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탈당과 관계없이 만나기도 했던 사람”이라며 “한번 만나볼 수는 있다”고 밝힌 게 큰 파장을 낳았다. 여기에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논객이었다가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현재는 연일 문재인 정부에 날을 세우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탈당한 금 전 의원을 두고 “서울시장에 출마하면 무조건 뽑겠다”며 치켜세운 게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과연 국민의힘이 실제로 금 전 의원을 영입할까. 현재 금 전 의원 본인은 아무런 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그는 현재 모든 언론 인터뷰를 사양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금 전 의원을 향한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이 그간 계속해온 ‘링 넓히기’ 작업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당내에서든 당 외부에서든 유력한 인사들에게는 일단 운을 띄우고 분위기를 잡아 관심을 모으는 전략의 일부라는 설명이다. 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당 지지도가 집권 여당에 비해 열세에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외부 인사들의 영입 가능성을 내비쳐 지지도와 관심도를 동시에 높이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금 전 의원의 영입과 관련한 국민의힘 내부의 실제 기류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또 다르다는 것이 내부 전언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종인 위원장과 금태섭 전 의원이 먼 사이는 아니다”라면서도 “근데 이쪽에 (금 전 의원을) 데려오느냐는 또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장 출마 여부와 관련해서는 물론 금 전 의원 본인의 뜻이 제일 중요하다. 본인이 뜻이 있다고 하면 경선 룰 안에서 함께 연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연대의 가능성까지 애써 죽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서 합류 의사를 타진하거나 검토한 것은 없지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과 금 전 의원 두 사람은 김 위원장이 2016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던 시절 금 전 의원이 당 대변인을 맡았던 인연이 있다.
금 전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상대적으로 중도성향에 가까운 의원들과 교류가 있는 편으로 분류된다. 비박계로 서울에서 3선을 한 김용태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 전 의원은 주간조선에 “(금 전 의원이) 탈당한 날 전화했었다. 탈당 관련해서는 제가 선배인데, 의외로 담담하더라”라며 “오죽하면 그랬겠나. 금 전 의원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 보면 국민의힘하고는 결이 다른 생각을 많이 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최소한의 공정과 정의, 상식과 원칙,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지켜야 할 원칙을 깨는 것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금 전 의원이 탈당하게 된 계기에 대해 “대북이나 경제 등 사안에 대한 정책적인 생각은 많이 다르다. 당이 다르니까 당연한 것”이라면서도 “최소한의 상식과 원칙을 깨는 행위에 대해서는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분노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금 전 의원과 함께 ‘한겨레’에 일주일에 한 번씩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두고 각자의 생각을 기고하는 형식으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의 경우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극에 달하던 2016년 총선을 앞둔 새누리당의 공천파동 때 이른바 ‘살생부’에 올랐었고, 이후 정진석 당시 원내대표에 의해 당 혁신위원장에 선임됐음에도 전국위원회에 친박계 위원들이 불참하는 바람에 선임되지 못하는 등 금 전 의원과 비슷하게 당 주류(당시 친박)와 갈등을 겪었다. 이후 ‘최순실 사태’가 터지자 지도부 전원 사퇴를 요구하다 관철되지 않자 남경필 당시 경기지사와 함께 새누리당을 가장 먼저 탈당한 바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김 전 의원과 금 전 의원은 쓴소리, 옳은 소리 하다가 고초를 겪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며 “요즘 여의도 정치판을 보면 공천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사안에 대한 반대 토론도 없이 당 의원들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게 예전과는 달라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는 성향이 다르다”
이처럼 금 전 의원의 탈당 소식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들썩거렸지만 금 전 의원의 본래 성향은 국민의힘과는 맞지 않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현재 처한 정치적 환경을 제외하면 금 전 의원의 성향은 국민의힘과는 정반대에 있다. 실제 지난해 화제가 된 책 ‘82년생 김지영’을 자비로 구매해 300명 의원 전원에게 돌리고, 성소수자 문화축제에 나가 인증샷을 찍어 올리기도 한 만큼 국민의힘과는 성향상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 전 의원이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에 다시 합류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높지 않다. 금 전 의원은 본래 안 대표 측의 영입인사로 정치생활을 시작했지만 2012년 안 대표의 갑작스러운 대선후보 사퇴 이후 사이가 멀어졌다. 이 과정에서 자서전을 발간해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원장이 사실상 ‘비선 실세’였다며 공식 조직이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됐음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은 현재까지도 사이가 좋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소속 의원들이 금태섭 의원은 합리적이고 스마트하다고 평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국민의힘 쪽에서 금 전 의원을 만나보겠다고 하기는 했지만 사실 진짜 만나서 (영입 제안을) 한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향도 국민의힘과는 전혀 맞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우리 당에서는 현재까지 아무것도 검토한 건 없다”고 말했다.
결국 금 전 의원이 만약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다면 야권이 ‘반문연대’로 문재인 정권에 각을 세울 때 외연을 넓히는 형태로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본래 민주당, 문재인 정권과 함께했지만 현재는 돌아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참여연대 출신 김경률 회계사, 서민 단국대 교수 등과 함께 반문연대의 일원으로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다. 김용태 전 의원은 “무엇보다 금태섭 전 의원은 보수·진보를 떠나 공정과 정의의 문제를, 최소한의 상식의 문제를 문재인과 586정권을 향해 쏘아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물론 금태섭 본인도 얘기하듯 국민의힘은 민주당보다 오히려 더 반성해야 할 점이 많은 정당이라고 하지만 시민의 상식 차원에서 금태섭이나 우리 모두 함께 힘을 합쳐 문재인 정권과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