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가덕도 모습. /연합뉴스

법제처가 지난달 국무조정실(국조실)에 내부 공문을 보내 “신공항 건설 시 주변 산악 장애물을 제거할지, 존치할지는 국토교통부가 판단할 사안”이라며 김해신공항을 둘러싼 핵심 논란에서 정부 측의 결정 권한을 인정했던 사실이 6일 밝혀졌다. 하지만 당시 국조실은 김해신공항 검증위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부산시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법제처 유권해석 내용만 제공했다. 검증위에 법제처 의견을 제대로 보고하지도 않은 채 정부가 자의적으로 ‘김해신공항 백지화’로 몰고가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법제처에서 제출받은 문서들에 따르면, 국조실은 지난 9월 24일 법제처 측에 ‘공항 주변 산악 장애물 문제를 지자체와 협의해야 하는지’와 함께 ‘협의 대상이라면, 지방항공청장(국토부 국장급)이 장애물을 제거해야 하는지’ 등 두 가지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이에 법제처는 지난달 10일 “장애물은 부산시와 협의할 사안”이라고 했다. 하지만 두 번째 질문에는 “장애물 존치 여부는 지방항공청장이 안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면 되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결국 부산시 요청으로 협의가 시작되더라도 정부가 항로 조정 등 방식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면 산악 장애물을 절개하지 않아도 김해신공항 건설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국조실은 지난달 중순 검증위 총괄분과위 회의에 ‘지자체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유권해석 내용만 보고하고 ‘정부에 최종 권한이 있다’는 해석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증위원은 본지 통화에서 “(공문의 존재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만약 당시 그런 정보를 알았더라면 (백지화) 결론이 거꾸로 될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조실 측은 “당시 법제처의 정식 유권해석이 아니었다”며 “검증위에 따로 알릴 것도 없었다”고 했다.

법제처 ‘반쪽 의견’만 공개하자 검증위원단에 “김해신공항 무산” 목소리 커져

국무조정실(국조실) 산하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김해 신공항 백지화’ 최종 발표에 앞서 법제처가 “공항 주변 장애물의 존치 여부 결정 권한은 국토교통부에 있다”고 국조실에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국조실이 검증위원들에게 적절한 정보들을 제공했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검증위원은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중순 열린 검증위 총괄분과위에 참석한 한 검증위원은 본지 통화에서 “당시 국조실 측은 ‘부산시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 내용만 자료로 제공했고, ‘최종 권한이 정부 측에 있다’는 내용은 따로 말하지 않았다”며 “만약 그 같은 사실을 알렸다면 (백지화) 결론이 뒤바뀔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검증위원도 “논란에 대해 알고 있었고 (검증위 일각에서) 논의는 있었다”면서도 “국조실이 (백지화) 발표문과 다른 내용의 자료들을 제공한 것은 없다”고 했다.

지난달 최종 발표를 앞둔 검증위 내부에서는 “부산시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김해 신공항은 무효”라는 주장과 “협의가 필요한지도 불분명한 데다, 협의해도 추후에 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맞섰다고 한다. 국조실 역시 공항시설법 34조와 시행규칙 22조에 따라 공항 기본계획 고시(告示) 이후 부산시와 협의가 필요한지 여부를 질의했다. 그런데 법제처가 “협의 사안”이라는 원칙을 밝히자, 검증위 내부에서 아직 고시조차 되지 않은 김해 신공항 안(案)에 대해 “무산됐다”는 목소리가 한층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제처는 국조실에 보낸 별도 공문에서 “장애물을 존치할 수 있는지 여부는 지방항공청장(국토부 국장급)이 항공학적 검토 결과 항공기의 안전 운항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사항”이라고도 했다. 이는 국조실이 검증위원들에게 제공하지 않은 정보다. 이에 따르면 협의 과정에서 부산시가 반대하더라도 국토교통부 장관이 산악면 존치 상태로 김해 신공항 건설이 가능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의견서 등을 통해 “장애물 존치 결정은 국토부 사안”이라고 했다. 조수진 의원은 “정부 측이 ‘백지화’로 몰아가려고 여러 가지 유권해석을 의뢰한 뒤 불리한 답변만 숨긴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국조실 측은 “최종 결정 권한이 정부에 있다는 것은 당연한 행정 절차”라며 “법제처의 정식 유권해석이 아니어서 굳이 알리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국조실은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대해 언론 보도를 반박하는 형식으로 간접적으로만 입장을 공개해왔다. 하지만 “법제처가 부산시 손을 들어줬다”는 논리는 지난달 부산 정가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여당의 부산 지역 의원들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이는 지점이다. 민주당 최인호(부산 사하갑) 수석대변인은 법제처가 유권해석을 내린 지난달 10일 지역 언론에 “법제처의 심의 결과 장애물과 관련해 지자체와 협의해야 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부산이 지역구인 전재수 의원도 “검증위가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한 보고서와 법제처 유권해석을 곧 총리실에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