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행정부 고위 공무원의 절반가량이 집 이외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 및 지방 의원들도 상당한 토지와 여러 채의 집을 가지고 있었다.
25일 공개된 청와대 및 정부·국회·사법부 고위 공직자 재산 등록에 따르면 중앙부처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장 등 759명 중 토지가 있다고 신고한 공직자는 388명(51.1%)로 집계됐다. 이들의 토지 재산 총액은 1007억원이었다. 중앙부처 고위 공직자 중 가장 토지 보유액이 많은 이는 임준택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이었다. 부산시 서구 암남동과 사하구 다대동 등에 3,868.00㎡(1172평)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고, 공시지가만 74억7000만원에 달했다.
최희락 부경대 산학부총장이 서울 영등포 대림동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등지에 49억3000만원 상당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고, 주진숙 한국영상자료원장이 서울 강북구 우이동과 제주도 서귀포 등지에 31억여원 상당의 땅을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 장차관급 중에선 서호 통일부 차관의 토지 재산이 17억9000여만원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작년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동 땅 2필지를 배우자와 함께 사들였다고 신고했다. 이문동 땅의 공시지가는 13억40000만원에 달한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15억여원)과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9억원)도 땅 재산이 많았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로 관심이 모아진 3기 신도시에 땅을 가진 사례도 상당수 있었다.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고양 창릉신도시 지역에 임야를, 민주당 이용선 의원도 남양주 왕숙신도시 편입 지역에 밭을 가지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들은 모두 “상속받은 것으로 투기와는 상관없다”고 했다. 이외에도 박성재 이북5도청 황해도지사(광명), 최성호 방송통신위원회 사무처장(남양주), 박현민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하남) 등도 이들 3기 신도시 지역에 땅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도 모두 수십년 전에 매매했거나 상속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산을 공개한 행정부 소속 고위 공직자 1885명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본인과 가족 명의로 신고한 재산은 1년 사이 1억3112만원 더 늘어난 1인당 평균 14억1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월 출범한 21대 국회의 경우 신고 총액이 500억원 이상인 2명(전봉민 의원, 박덕흠 의원)을 제외한 296명이 평균 재산은 23억6100만원으로 나타났다.
국회가 25일 공개한 정기재산변동신고에 따르면 무소속 박덕흠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서울 송파구 잠실동,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제주도 서귀포시 서흥동 등에 41곳에 대지·전·답·임야·과수원 등을 보유했고, 토지가액은 220억원에 달했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도 박 의원에 이어 2번째로 많은 46억원가량의 토지를 신고했다. 백 의원은 배우자, 장남, 장녀 명의로 경남 양산시와 부산 금정구, 울산 울주군 등에 11곳의 땅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임호선 의원이 충북 진천군과 증평군 일대의 29곳의 땅, 약 11억원을 신고했다.
이 밖에도 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충남 당진시 읍내동에 재산신고가 기준 6억1000만원 상당의 대지 646.6㎡(195평)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땅 옆에는 1000세대 대단지 아파트 등 신도시(당진 1지구)가 붙어있다. 우 의원은 서울 출신으로 당진과는 특별한 연고가 없다. 이에 대해 우 의원은 “80년대 부모님이 내 명의로 사놓은 땅”이라며 “투기 의도가 없었다”고 했다. 같은당 김회재 의원은 서울 잠실·용산의 2주택자로 나타났고, 정태호 의원은 서울 관악구 아파트, 미국 뉴욕시 단독주택을 보유했다.
야당에서는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171억원의 부동산 자산을 신고했다. 배우자가 보유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빌딩 158억원, 강남구 논현동 빌라 10억8000만원, 경기 일산의 임야 1억원 등이었다. 김 의원은 대치동 빌딩에 대해 “1990년 시아버지가 별세한 후 남편이 상속받은 것”이라고 했다. 같은 당 배준영 의원은 서울 여의도에만 12개의 사무실을 갖고 있고, 연고가 없는 충남 서산시에 991㎡의 토지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 의원은 “가족들과 함께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고, 이곳은 말그대로 사무실들이 있는 것으로 다주택 개념이 아니다”고 했다.
21대 국회의원 가운데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49명으로 집계됐다. 정당별로는 국민의힘이 29명, 더불어민주당이 14명, 무소속이 5명, 열린민주당이 1명 순이었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전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총 15억4000만원 상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다세대 주택 3채를 보유했다. 인천 강화에 단독주택 1채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대전 유성구에 총 5억3000만원 상당의 아파트 2채와 경기 화성의 복합건물을 배우자와 함께 보유했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외방리 2개 필지 1119㎡, 공시지가는 3억420만원을 신고했다. 매매 계약이 이뤄진 시점은 지난해 5월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무주택자인 최 수석은 “실거주를 위해 남양주에 땅을 구매했다”며 “올해 6~7월에 집이 완공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의회 진용복 부의장(민주당)의 경우 용인·안성·평택·수원·화성·강원 원주 등에 토지와 건물을 여러 건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진 부의장의 아내가 9년 전 산 용인 땅이 주거 단지 개발지로 수용돼 30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세종시 등 지방 주요 도시 주변에 토지를 보유한 시·도의원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