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부·여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평가받던 20대의 이탈세가 예사롭지 않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20대에서 야당 후보의 우세가 두드러진다. 20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줄곧 여권을 지지해오다 재작년 이른바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지지를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부동산 실정에 따른 집값 폭등,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이 계속 이어지면서 공정과 정의 같은 가치에 민감한 이들이 정부·여당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0대, ‘콘크리트 지지’에서 ‘反文’으로
여론조사 회사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24일 서울 거주 18세 이상 806명에게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를 물은 결과, 20대(만 18~29세)에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60.1%의 지지율을 기록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21.1%)를 세 배 가까이 앞섰고, 30대에서도 오 후보(54.8%) 지지율이 박 후보(37.8%)보다 높았다. 같은 날 발표된 데일리안·알앤써치 조사에서도 20대는 오세훈(30.7%)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박영선(24.6%) 후보를 앞섰다.
20대의 이탈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에서도 확인된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갤럽의 첫 국정 수행 지지도 평가에선 20대의 94%가 ‘잘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도 49%에 달했다. 하지만 26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선 20대 중 ‘잘못하고 있다’(53%)는 응답이 ‘잘하고 있다’(30%)는 응답을 앞섰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도 26%까지 하락해 4년여 만에 반 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20대의 이탈에는 재작년 ‘조국 사태’와 부동산 실정(失政)에 따른 집값 폭등, 무리한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20대는 공정과 정의 같은 원칙에 천착한 세대”라며 “문재인 정부 출범에 힘을 보탰지만 국정 실패에 대한 실망감이 반문(反文) 정서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피해자에 대한 여당의 애매모호한 태도, 이어진 2차 가해성 언행은 ‘이여자(20대 여성)’라 불리던 콘크리트 지지층도 돌아서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여당 의원들의 “교육을 제대로 받았나 하는 의문이 있다”(설훈 의원) “반공 교육 때문에 20대가 가장 보수적”(홍익표 의원) 등의 20대 비하성 발언도 지지 철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같은 20대의 ‘반문’ 정서가 야당에 대한 투표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갤럽 조사에서 20대의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 지지율은 12%에 그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0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무당층으로 이동한 상태지만, 야당이 이를 모두 표로 흡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또 보궐선거가 평일에 치러지는 만큼 20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나올지도 불투명하다.
◇여야, 20대 표심에 구애 경쟁
20대 표심이 이번 선거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 여야는 앞다퉈 청년 공약을 내놓고 구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평당 1000만원짜리 ‘반값 아파트’, 창업 청년을 위한 5000만원 무이자 대출 등을 20대 맞춤 공약으로 내놓았다. 박 후보는 26일 라디오에서 “20~30대를 위해서는 반값 아파트 정책이 굉장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또 “시장이 되면 청년들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월세 20만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이날도 20대 인구 비율이 높은 서울 신촌 대학가 일대를 돌며 선거 유세를 벌였다. 박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온 것에 대해 “일자리와 미래가 불안한 것에 대한 불만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지만, “20대의 경우 과거의 역사 같은 것에 대해서는 40~50대보다는 경험치가 낮아 지금 벌어지는 여러 상황을 지금 시점에서만 보는 경향도 있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20대 지지율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중위소득 120% 이하 청년 1인 가구에 대한 월세 지원(20만원)을 현행 5000명에서 5만명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청년 가구에 공공 분양 주택을 더 많이 공급하기 위한 ‘청년할당제’를 중앙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이 밖에 청년들이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야에 창업·취업할 수 있는 ‘4차 산업형 청년 취업사관학교’ 설립 등도 약속했다.
오 후보는 이날 명동성당을 찾아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했다. 염 추기경은 “요즘 젊은 사람들의 관심이 공정에 있다”고 했다. 오 후보는 “특별히 신경 쓰겠다”며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 같은 문제들을 정교하게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