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김붕준(金朋濬·1888∼1950) 선생 손자 김임용씨는 11일 조선일보 통화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이 우리 할머니(노영재 지사)가 만든 임시의정원 태극기를 마음대로 복제해 지라시처럼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임용씨는 이날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102주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김 회장 멱살을 잡은 인물이다.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태극기는 1923년 중국 상하이 임시의정원(임시 국회)에 걸렸던 태극기다. 당시 임시의정원 의장,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냈던 김붕준 선생이 아내 노영재 지사와 함께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로 189cm 세로 142cm 크기의 마직물에 4괘와 태극문양의 음방과 양방을 오려서 정교하게 박음질했다. 후손인 김임용씨 등이 소장하고 있다가 국가에 기증했고, 2008년 국가등록문화재 제395-1호로 지정됐다. 현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소장 중이다.
임시의정원 태극기는 김원웅 회장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사용하는 태극기로 유명하다. 광복회를 방문하는 정치인 등 손님들과 이 태극기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광복회 명의 ‘최재형상’을 받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 출마했던 박주민 의원과 이 태극기를 들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와 관련, 김임용씨는 “그래도 독립운동가들이 만든 태극기를 사용하려면 후손에게 최소한의 이야기를 하고 동의를 구해야 도리 아니냐”며 “김 회장은 그러한 절차를 전혀 밟지 않았다”고 했다. 김원웅 회장이 여권 정치인 등과 이 태극기를 사용하는 데 대해서도 “지라시처럼 취급하는 게 아니면 무엇이냐”고 했다.
광복회는 지난해 4월 10일 임시의정원 태극기 복제품을 서울 여의도 광복빌딩 앞에 게양하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광복회는 당시 보도자료에서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장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위원 등을 역임한 김붕준과 그의 아내 노영재가 제작한 것을 복원한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런데 후손인 김임용씨는 이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임용씨는 “광복회와 김원웅 회장 측에 ‘어떻게 후손에게 아무 말도 없이 태극기를 복제해 쓰느냐'고 항의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받지 못했다”며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이날 게양식에서 “일제 강점 36년에 이어 친일반민족 세력 강점 75년 동안 민족정신은 암흑의 동굴에 갇혀있었다”며 “오늘 광복회관에 게양되는 이 태극기는 압박을 뚫고 희망으로 부활하는 대한민국을 상징한다”고 했다. 이어 “복원된 임시의정원 태극기를 태극기와 함께 게양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붕준 선생 일가는 선생뿐 아니라 아내 노영재 지사와 아들 김덕목 지사, 큰 딸(김효숙 지사)과 작은 딸(김정숙 지사), 큰 사위(송면수 국방부 초대 정훈국장)와 작은 사위(고시복 육군 준장) 등 일가족 7명이 모두 독립운동을 한 애국지사 가문이다. 임시의정원 태극기는 11일 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도 게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