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 지사가 25일 법의 날을 맞아 독일과 핀란드를 예로 들며 범인의 재산에 따라 벌금 액수를 다르게 매기는 ‘재산비례 벌금제’를 도입하자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검토해볼 수 있는 주장”이라면서도 “핀란드는 소득에 따라 벌금에 차등을 두는데 왜 이 지사가 굳이 거짓을 말하는지 이상하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형벌의 실질적 공정성을 위한 재산비례 벌금제’라는 글에서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해야 하고,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공정하게 집행돼야 한다”며 “그러나 과연 현실에서도 법 앞에 만인이 실질적으로 평등한가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특히, 벌금형이 그렇다”고 했다.
이 지사는 “현행법상 세금과 연금, 보험 등은 재산과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르게 내고 있지만, 벌금형은 총액벌금제를 채택하고 있어 개인의 형편과 상관없이 획일적으로 부과하고 있다”며 “같은 죄를 지어 벌금형에 처해도 부자는 부담이 크지 않아 형벌의 효과가 떨어지고 빈자에게는 더 가혹할 수밖에 없다. 죄질이 나빠서가 아니라 벌금 낼 돈이 없어서 교도소까지 가는 상황도 생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근본적으로 실질적인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산비례 벌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핀란드는 100년 전인 1921년, 비교적 늦었다는 독일도 1975년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 76.5%가 ‘재산비례 벌금제’ 도입을 찬성할 정도로 우리나라도 사회적 공감대가 높다”고 했다.
이 지사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을 중심으로 형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라며 “형벌의 공정성이 지켜지려면 하루속히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희숙 의원은 “형편에 따라 벌금액을 조정하자는 이 지사가 왜 거짓을 섞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같은 벌금이라도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겐 더 큰 고통을 주니, 형편에 따라 벌금액을 차등하자는 이 지사의 주장은 찬반을 떠나, 검토해볼 수 있는 주장”이라며 “그 취지에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질지, 경제력 파악이 용이해 실행 가능한지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핀란드에서는 2015년 과속을 한 고소득 기업인에게 5만 4000유로 (약 7000만원)의 벌금이 매겨져 화제가 된 바 있는데, 이런 벌금차등제는 ‘소득’에 따라 차등한다”며 “벌금은 결국 소득으로 내야 하니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만약 재산을 기준으로 벌금액을 정한다면, 집 한 채 달랑 갖고 있고 소득이 없는 은퇴 고령자가 벌금을 내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할 수도 있으니 애초 안될 말”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이상한 점은 이 지사가 핀란드나 독일을 예로 들면서, 이들 나라가 ‘재산비례벌금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굳이 거짓을 말하며 ‘재산비례벌금제’를 주장했다는 점”이라며 “경기 지사쯤 되시는 분이 ‘소득’과 ‘재산’을 구별하지 못한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만큼 그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윤 의원은 “재산이 많은 사람들을 벌하고 싶은 것이 의도일지라도, 최소한 근거와 논리를 가져와야 할 일”이라고 했다.
‘재산비례 벌금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장관 후보자 시절 공약으로 내걸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019년 8월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면서 “피고인의 경제적 사정과 관계없이 적용되는 현행 ‘총액 벌금제’를 ‘재산비례 벌금제’로 바꿔 형벌의 실질적 평등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조 전 장관 취임 이후 당정 협의에서도 논의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같은 범죄 행위에 대해 범인의 재산 수준에 따라 벌금을 달리 매기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벌금액 산정을 위해 소득이나 재산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