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3일 본회의를 열어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176명 출석에 찬성 168표, 반대 5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가결했다. 민주당이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준안 의결을 단독으로 밀어붙이면서 청문 정국이 여야 간 강대강 대치로 막을 내리게 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7시7분쯤 본회의를 열어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직권 상정해 표결 처리했다. 앞서 박 의장 주재로 더불어민주당 윤호중·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두 차례 만나 최종 담판을 시도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일정 부분 명분을 확보한 민주당은 “여야 협상에 관계 없이 빠르게 인준안을 처리하자”고 요구했다. 박 의장은 인준안 의결 직후 “국무총리 자리를 장기간 공석으로 두는 것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발언에서 “보궐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사사건건 발목 잡고 어깃장을 놓고 국정을 마비시킬 권한을 얻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런 식의 딴죽걸기가 바로 오만”이라고 했다. 반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오기 인사이자 야당을 거부하는 폭거”라며 “재보선에 패배한 민주당 지도부가 스스로 달라지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은 오늘로써 허언이었음이 분명해졌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 시작에 앞서 ‘오만독선 협치파괴 민주당을 규탄한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했고, 투표가 시작되자 퇴장했다.
민주당은 임혜숙 과학기술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상임위를 열어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민심에 귀 닫고 문심(文心)만 좇는 청와대와 민주당은 국민이 두려운 줄 알아야 한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배준영 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대통령께서 죽비(竹篦)를 맞으신게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에게 죽비를 드신 듯 하다”며 “그들이 민생 챙기기에 이렇게 일사불란했던 적이 있던가”고 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앞선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4월 재·보궐선거에 대해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 했던 것을 빗댄 표현이다. 국민의 심판을 받고도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14일 청와대 앞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항의에 나서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