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일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해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사과한 것을 두고 “‘조국 사태' 문제는 이미 정쟁의 수단이 됐는데 거기에 제가 깊이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당 대표가 입장을 냈으니 저는 당원으로서 대표와 현 지도부의 입장을 존중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민심경청 결과 보고회에서 “조국 전 장관의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자녀 입시 관련 문제는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할 문제”라며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2019년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과 이를 둘러싼 내로남불 논란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가 사과한 건 2019년 10월 이해찬 대표 이후 두 번째다.
당 지도부와 달리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조 전 장관에 대해 지지와 응원의 뜻을 밝히고 있다. “공인이라는 이름으로 발가벗겨지고, 상처입은 가족의 피로 쓴 책이라는 글귀에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가슴이 아리다”(정세균 전 국무총리), “가족이 수감되고 스스로도 유배 같은 시간을 보내는데도 정치적 격랑이 그를 수없이 소환해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무소불위의 검찰개혁과 여론재판의 불화살받이가 된 그에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중단없는 개혁”(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다.
반면 민주당 대선주자 중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이 지사는 지금까지 ‘조국 사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낸 적이 없다. 이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이 지사를 향해 “공정이 대선의 화두가 된 만큼 조국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공개 요구하기도 했지만, 이 지사는 여전히 침묵을 고수한 것이다.
한편, 이 지사는 송 대표가 주도하는 부동산 세제 완화 논의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다며 “부동산 불로소득이 불가능하도록 취득·보유 또는 처분 과정에서 생긴 이득에 대해 최대한 부과를 늘려가야 한다”고 했다.
9월로 예정된 당내 대선 후보 경선 연기론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 지사는 “뭐든 원칙대로 하는 것이 좋다”며 “국민들이 안 그래도 (서울·부산시장 선거 때) 공천 안 하기로 한 당헌·당규 바꿔서 공천하고 이런 것들에 대해 비판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현재 이 지사는 당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민주당 내 강성 친문 세력을 어떻게 끌어내겠냐는 질문에는 “당내 의견이 다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국민에 맞춰서 가면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보수 진영의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아직 내용물은 아닌 것 같다. 여전히 포장지가 좀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은 누구나 자기가 보여주고 싶은 것,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빨리 본인의 미래 구상, 실현 가능성, 의지를 보여주고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치인의 도리”라고 했다.
과거 자신이 형수와의 전화 통화에서 욕설을 해 논란이 일었던 이른바 ‘형수 통화 녹취' 논란에 대해서는 “언제나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통화를 했던) 12년 전보다 지금의 이재명 더 성숙하고 더 많이 자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