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북한이 그동안 끊겼던 남북 통신 연락선을 413일만에 복원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대선 후보들은 27일 “가뭄 깊은 대지에 소나기처럼 시원한 소식”이라며 “한반도 관계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평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지역주의 등 후보들 간 네거티브 공방, 원 구성 협상에 따른 후폭풍 등으로 여당 내 잡음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색된 남북관계 전환으로 반전의 계기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포착됐다. 반면 야당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남북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려는 쇼가 아니냐” “공무원 피격 등에 책임있는 답변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 반전 기회 잡은 與 “다시 평화의 시간”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가뭄 깊은 대지에 소나기 소리처럼 시원한 소식” “격하게 환영한다”고 했다. 그는 정전협정 68주년인 이날 “아직도 법률적으로 전쟁 중이라는 이 부끄러운 상황을 짊어진 우리의 무능이 가슴을 두드린다”며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물꼬를 트는 일이 우선”이라고 했다. 송 대표는 남북한의 공식적이고 구속력 있는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대선 후보들도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문제를 푸는 최선의 방법은 역시 대화와 소통이다” “남북 간 대화 재개와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남북, 북미 간에는 적대감 해소와 신뢰 조성을 위해 긴장 행위를 서로 자제해야 한다”며 남북관계 발전을 통한 북핵 문제 진전을 제안했다. 총리 시절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경험한 이낙연 전 총리는 “무더위 속 한줄기 소나기와도 같은 시원한 소식”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다시 시작한 담대한 걸음을 환영하고 응원한다”고 했다. 그는 “‘강물은 다시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 남북관계에 또 다른 기회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남북 통신 연락선 복원은 문재인 정부의 큰 성과이자 대국민 약속의 실천” “문재인 정부와 대통령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남북 직통선 복원은 북미, 남북관계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평화의 시간이 도래했음을 헤아리고 단단히 준비해 가야할 것”이라고 했다. 박용진 의원은 “오늘 통신선 복원은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정세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바이든 대통령의 공감과 지지를 끌어 낸 문재인 정부 노력 덕분”이라며 “본격적인 남북대화 재개로 이어져 ‘사이좋은 이웃’으로 나아가자”고 했다.
경색 국면에 있던 남북관계가 일대 반전의 기회를 맞으면서 여권에선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부동산 실정 등으로 정권 심판론이 팽배한 가운데, 대북 문제 해결을 문 정부를 대표할 ‘레거시(업적)’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 직전인 2월에는 북경 동계올림픽도 예정돼 있어 남북 간 빅이벤트를 추진하기에도 나쁘지 않다.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 직전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특수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압승을 거둔 바 있다.
다만 외교가에서는 “북핵 해결 없이 ‘평화쇼’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 이소영 대변인은 “민주당은 1년여 만에 복원된 남북 통신선 연결이 한반도 평화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통일부 등 관계 당국과 협의하면서 여당 차원에서 뒷받침 할 수 있는 모든 대책과 실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 떨떠름한 野 “위장평화쇼 안돼… 사과가 먼저”
반면 국민의힘은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등에 대한 북측이 과실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을 할 것을 요구했다. 양준우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어떠한 관계에서도 물밑 대화는 이루어져야한다”면서도 “연락선 단절 이후 벌어진 연평도 해역 공무원 피격 사건, 해킹 공격과 3월 미사일 발사 등 만행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을 받아야할 것”이라고 했다. “대화를 지속하되 일방적인 구애가 아니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쌍방향 소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대표적 외교통이자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이기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지금까지 북한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과 잘못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비롯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준 적이 없다”고 했다. 박 의원은 문 대통령을 향해 “정부 역시 제대로 된 사과 요구를 (북측에) 한 적이 없다” “할 말은 하는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대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여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남북관계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권성동 의원은 “3년 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랬듯,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다시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쇼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며 “북한에 당당하게 말하는 건 기대도 하지 않지만 적어도 억울해하는 우리 국민, 피살된 공무원의 유족에게 사과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