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 /유튜브

이재명 경기지사와 가까운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위원이 최근 국립외교원장으로 취임한데 이어,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도 이재명 캠프에 합류했다. 그러나 외교관을 양성하는 국립외교원의 전·현직 수장들이 특정 후보와 가까운 인사들로 채워지면서 국립외교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캠프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21일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을 외교 특보단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김 전 원장은 이달초까지 국립외교원장을 지냈고 문정인 전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를 주축으로 한 일명 ‘연정(연세대 정외과 출신) 라인'의 멤버로 꼽힌다.

김 전 원장은 지난 3월 출간된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에서 “한국은 한미동맹에 중독돼 왔다. 압도적인 상대에 의한 ‘가스라이팅(gaslighting)’ 현상과 닮아 있다”며 “(주한)미군 철수는 한반도 평화 체제의 구축 과정이 될 수도 있다”고 해 논란을 빚었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는 또 “한미동맹이 출발부터 기울어져 있었다”며 “미국은 35년 (일본) 제국주의를 벗어나게 해준 ‘해방자’라기보다는 실제로는 식민지인을 대하는 새로운 점령군에 가까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지사도 지난달 1일 경북 안동을 방문해 “대한민국이 친일 청산을 못 하고 미 점령군과 합작해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하지 못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이 지사와 김 전 위원장 모두 미군을 ‘점령군’으로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조선일보DB

홍현익 신임 국립외교원장 역시 이재명 지사와 가까운 학자 출신이다. 홍 원장은 경기연구원,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원회 등에 이름을 올리며 이 지사의 국제 관계 조언 역할을 맡아왔다. 2019년 선거법 위반 재판을 받던 이 지사가 정치적 위기에 처하자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 활동도 했다.

홍 원장은 이달 초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하지 않아도 된다” “북한에 (훈련 내용을) 간접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그러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자 지난 12일엔 “더 이상 호의를 보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참수훈련이라든지 북한 점령 작전도 해버리자”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8월엔 “주한미군이 과다하게 배치돼 있어 약 1만명 정도 감축을 제안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 전직 외교관은 “단순히 국립외교원의 중립문제가 아니라 이곳에서 키워지는 차세대 외교관들이 편향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며 “국립 외교원이 특정 이념과 정파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