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부부는 최근 ‘대통령 문화 특사’로 임명한 방탄소년단(BTS)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문 대통령과 BTS는 20일(현지 시각) 유엔 지속 가능 발전 목표 고위급 회의(SDG 모먼트) 개회식에 나란히 초청받았다. 이날 문 대통령은 연설 후 “이 시대에 최고로 사랑받는 아티스트, 미래 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 사절 BTS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며 BTS를 직접 소개했다. 연단에 오른 BTS 멤버 7명은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멤버 진은 “우리는 코로나로 인한 ‘로스트 제너레이션(잃어버린 세대)’이 아니라 ‘웰컴 제너레이션(환영받는 세대)’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고 했다. 뷔는 “우리가 주인공인 이야기의 페이지가 한참 남았는데, 엔딩이 정해진 것처럼 말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이홉은 “저희 모두 백신을 맞았다”며 “이 자리에 오기 위해 끊어야 하는 티켓 같은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유엔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약 100만명이 BTS 연설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이후 BTS가 최근 빌보드에서 1위를 차지한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공연 영상이 유엔과 청와대 유튜브 등을 통해 중계됐다.
문 대통령은 개회식 후 유엔 인터뷰 행사에도 BTS와 함께 참석했다. 미국 3대 지상파 중 하나인 ABC방송 인터뷰에도 공동 출연했다. 이 인터뷰는 24일과 25일 나눠서 방영한다. 김정숙 여사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실을 방문할 때 BTS를 대동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을 만나 “BTS가 함께해줘서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내가 연설했으면 그런 파급효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 뜻을 전했다. 유니세프도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준 BTS가 고맙다”는 글을 올렸다. 인터넷에서는 “이번 문 대통령 부부 미국행 성과는 BTS가 다 했다”는 말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내고 “BTS까지 동원한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 이제 쇼는 그만하고 진정한 국가안보를 챙겨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일부 비평하는 분들은 BTS를 정치에 이용한다고 하는데 아니다”라며 “유엔이 초청한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