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민간 사업자에게 수천억 원대의 초과 이익을 안겨주는 내용을 담은 사업 협약서가 성남도시개발공사 이사회 당일 이사들에게 보고되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의결된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당시 일부 이사들은 “어떻게 이사회 당일 처음 본 협약서를 바로 의결하느냐”고 반발했지만,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이 의결을 밀어붙였다.

지난 24일 찾은 경기 성남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사무실 입구./고운호 기자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5년 5월 29일 이사회를 열어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협약 체결안’을 상정해 의결했다. 대장동 사업 민간 시행사인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에 대한 수익 배당 문제와 화천대유가 대장동 일부 필지를 직접 개발하는 내용이 담긴 협약서였다. 당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팀장(현 개발1처장)은 이런 내용의 협약서를 공개하며 “대외비이다 보니 오늘 이 자리에서 드리게 됐다”며 이사들에게 의결을 요구했다. 김 팀장은 최근 뇌물 수수,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측근이다.

일부 이사는 강하게 반발했다. 최병진 의장은 “사외이사들에게 사전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라며 “수천억 원이 왔다 갔다 하는데 이 서류 하나 가지고 이렇게 한다는 것은 이사회 존재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했다. 정중완 이사는 “납득할 만한 절차를 갖고 업무를 진행해달라”고 했다. 다른 이사들도 “이 자리에서 검토하긴 어렵다” “전문성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사진들 반발에도 공사 측은 “(의결한 뒤) 추후 다시 설명을 드리겠다”면서 의결을 거듭 요구했다. 이에 최 의장은 “일정상 어쩔 수 없었다지만, 다음부턴 협조를 해달라”며 원안대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공사 측은 이를 토대로 보름 뒤인 2015년 6월 15일 대장동 시행사인 ‘성남의뜰’과 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대규모 개발 사업인데 제대로 된 견제 장치가 작동되지 못 하고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