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과의 회담 직후 부다페스트 대통령궁에서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야당이 4일 문재인 대통령의 원전(原電) 관련 입장에 대해 “바다만 건너면 달라진다”고 비판했다. 전날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이 한국·헝가리 정상회담 직후 공동 언론발표에서 “원전 에너지 사용 없이는 탄소중립이 불가하다는 것이 양국의 공동 의향”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 국내에선 탈(脫)원전 드라이브를 걸어 온 문 대통령이 해외에선 정반대 얘기를 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내에선 원전 사업을 사장시키며 우수 인재는 전부 해외로 유출시켜 놓고 헝가리에선 원전의 필요성에 공감했다니 황당할 따름”이라며 “전문가들은 문 정부가 ‘우리나라 원자력 생태계를 파괴했다’고 하는데 이럴 거면 왜 부순 건가”라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원전에 대해 국내용, 국제용 입장이 따로 있나. 바다 건너 해외 무대만 가면 입장이 달라진다”며 “2018년 체코 대통령을 만나선 ‘한국 원전은 40년간 사고가 한 건도 없었다’며 우리 원전 기술력의 우수성을 홍보했고, 사우디 장관에겐 ‘최고의 안정성과 경제성이 증명됐다’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양 대변인은 “바다만 건너면 180도 달라지는 이 모순들이야말로 문 정부의 탈원전이 국내 정치만을 위해 추진된 불필요한 비용이었다는 방증 아니냐”며 “고작 정권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희생된 세계 최고의 원전 경쟁력은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고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데르 대통령께서 (문 대통령 얘기를 본인이) 이해한 대로 말씀하신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원전의 비중을 줄이자는 취지로 얘기했는데 아데르 대통령은 ‘원전의 역할’에 방점을 두고 이해했다는 것이다.

양 대변인은 “청와대는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지만 설득력 없는 말 잔치일 뿐”이라며 “헝가리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옆에 두고 오해한 내용을 말했다는 것이냐”고 했다. 이어 “뒤에선 원전 필요성에 공감하고 앞에선 탈원전을 외치고 있으니 지켜보는 국민들만 가슴 칠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