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1일 총선 당일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과 대화하는 이준석 당시 비대위원(왼쪽), 2012년 12월 이준석 위원이 페이스북에 올렸던 루돌프 머리띠 사진. /조선DB, 페이스북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9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썼던 루돌프 머리띠 사진을 갑작스럽게 올렸다.

이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 의지와 다르게 역할이 없기 때문에 선대위 내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이후 페이스북에 이 사진을 올렸다. 이 대표가 2012년 12월 21일 페이스북에 올렸던 사진으로, 당시 그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마지막 광화문 유세 때 청년들과 노래 부르시면서 썼던 것”이라며 “보관해뒀다가 나중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퇴임하실 때 다시 선물해야겠다”고 적었다. 이 사진을 다시 올린 이유는 따로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은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을 통해 “방금 통화해서 왜 올렸느냐고 물었다”며 “성공한 대통령이 되었을 때 다시 돌려주겠다는 취지였고, 지금도 본인은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고 싶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다만 ‘선대위로 돌아갈 여지가 아직 남아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는 “당 대표의 최대임무는 선거에 승리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선대위직을 내려놨으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또 전날 페이스북에 “핵관들이 그렇게 원하던 대로 이준석이 선거에서 손을 뗐다”며 “카드뉴스 자유롭게 만드십시오”라고 했다. 이 대표와 갈등을 빚다가 함께 선대위 공보단장에서 물러난 조수진 의원은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비판하는 카드뉴스를 만들어 페이스북에 올렸고, 이 대표는 공개적으로 “카드뉴스 이래서 안 만든다고 한 건데”라고 저격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세대결합론이 사실상 무산되었으니 새로운 대전략을 누군가 구상하고 그에 따라서 선거 전략을 준비하면 될 것”이라며 “복어를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고 누누이 이야기해도 그냥 복어를 믹서기에 갈아버린 상황이 됐다”고 했다. 김 실장은 “이 얘기는 우리 당의 승리 전략이 지난 4·7 재보궐 선거에서 봤듯이 2030 세대와 6070세대가 연합하는, 이른바 ‘세대포위론’을 펼쳐야 하는데 그 자체가 어렵게 됐다는 취지의 얘기”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또 이번 사건의 배경에 ‘윤핵관’, 윤석열 핵심 관계자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후보가 이번 사건에 관한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왜곡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고, 이 때문에 상황 판단을 잘못하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지점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윤 후보가 사람을 끝까지 믿고 쓰는 것도 있고, 기본적으로 부패와 불의를 인정할 수 없는 정의감 측면에서 굉장히 장점이 많다”면서도 “복잡다단한 선거 와중에 정치 경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윤 후보를 보좌하고 있는 이른바 윤핵관의 문제가 핵심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