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문가인 김근식(57) 경남대 교수가 햇볕정책 전도사에서 비판자로 돌아선 까닭과 새로운 대북 정책 대안을 담은 책을 냈다. 제목은 ‘김근식의 대북정책 바로잡기’.
북한학 연구로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박사를 받은 김 교수는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설립한 아태재단 연구위원을 지냈다. 김 교수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는 노무현 대통령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다. 햇볕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러 형태로 관여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 진영인 국민의힘 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교수는 책에서 “북한은 20년 전과 달리 이제 핵무장 국가”라면서 “이런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햇볕론을 고집하는 건 고장 난 레코드판 돌리기와 다름없다”고 했다. 햇볕을 쬐어주면 스스로 두꺼운 옷을 벗듯이 대북 지원을 강화하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것이란 발상에 기반을 둔 햇볕정책은 수명을 다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을 외면한 채 형해화한 햇볕정책에 갇혀 있는 것은 학자로서 직무유기였다”며 햇볕론을 고집하지 않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수십개의 핵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가진 북한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대남·대미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한국이 손을 내민다고 감사하게 받지도 핵을 포기할 이유도 없는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김정일 시대를 경제적으로나 안보 면에서 모두 넘어섰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어 수령독재 체제를 강화하며 제 갈 길을 알아서 가겠다는 마이웨이 전략을 펴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햇볕정책 대안으로 ‘중년부부론’을 제시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가 눈에 콩깍지가 씌워져 서로의 약점도 좋게 보는 ‘신혼부부’ 시기였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서로 적대적으로 싸운 파경 위기, 문재인 정부는 한쪽은 별 생각 없는데 다른 한쪽은 ‘다시 잘해보자’며 달려들다 ‘삶은 소대가리’ 같은 욕을 먹으며 버림받는 시기였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남북이 이제는 중년부부처럼 괜한 감정싸움도 하지 않지만 서로 존재(체제)는 인정하며 가끔 집안 대소사는 협의하는 중년 부부 같은 관계로 나가자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한국은 대북 장기 플랜을 짜야 한다”고 했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며 북한이 핵 도발을 못하도록 억제하면서도 북한의 정치적 토양이 변화해 남아프리카공화국처럼 내부적으로 민주화가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 포기를 포기’한 상태”라면서 “차기 정부는 이념과 진영 논리에 빠지기보다 철저히 현실에 기반을 둔 정책을 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