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광복회장은 16일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며 국회에서 운영해온 카페 수익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건과 관련, “광복회장의 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최근의 사태에 대하여 부끄럽고 민망하다”며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과 광복회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사람을 볼 줄 몰랐고 감독·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이라며 “전적으로 제 불찰”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사퇴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친일 미청산은 민족공동체의 모순”이라며 “민족의 갈등과 분열은 친일 미청산이 그 뿌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떠나지만 광복회는 영원해야 한다”며 “민족 정기의 구심체로 광복회가 우뚝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했다.
2019년 6월 취임한 김 회장은 이로써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년 8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광복회는 오는 18일 김 회장 해임을 의결하는 임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대부분 대의원이 김 회장 해임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측되자 김 회장이 먼저 퇴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김 회장 관련 의혹을 감사한 국가보훈처는 전날 김 회장의 비자금 규모가 7256만5000원이라고 국회 정무위원회에 보고했다. 한복·양복 구입 440만원, 이발비 33만원, 마사지 60만원 등 사용 내역이 확인됐다.
김 회장은 서울 성북구 종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있는 무허가 업소에서 전신 마사지를 10만원씩, 모두 6회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 광복회관에 사무실이 있는 김 회장이 직선거리로 13km 떨어진 아파트까지 가서 마사지를 받은 이유는 향후 경찰 조사에서 밝힐 대목이다.
김 회장이 강원 인제에 설립한 협동조합 ‘허준약초학교’에 공사비 1486만원, ‘안중근 의사 모조 권총 구입 대금’ 220만원 등을 비롯, 국회의원실 화초 구입비(300만원), 명절 상품권(200만원), 직원 상여금·야유회비(1420만원) 등 비자금 추가 사용 내역도 확인됐다.
다음은 김 회장 사퇴 입장문 전문.
광복회장의 직을 사퇴합니다.
최근의 사태에 대하여 부끄럽고 민망합니다.
회원 여러분의 자존심과 광복회의 명예에 누를 끼친 것에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사람을 볼 줄 몰랐고 감독관리를 잘못해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것.
전적으로 제 불찰입니다.
친일 미청산은 민족공동체의 모순입니다.
민족의 갈등과 분열은 친일 미청산이 그 뿌리입니다.
저는 반평생을 친일청산에 앞장서 왔습니다.
친일반민족언론 ‘조선일보’와 대척점에 서서 싸워왔습니다.
그 조선일보, TV조선에 의해
제가 무너지는 것이 더 가슴 아픕니다.
그러나 운명을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는 떠나지만 광복회는 영원해야 합니다
민족정기의 구심체로 광복회가 우뚝 자리잡기를 바랍니다.
2022년 2월 16일
광복회장 김원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