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오는 5월 10일 새 정부 출범 전후로 현 기관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 기관의 명단을 파악 중인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공공 기관 경영 정보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기관장 등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 기관은 지난해 기준 350곳이다. 한국전력공사·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철도공사 등 공기업이 36곳, 국민연금공단·국민건강보험공단·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준정부 기관이 96곳, 기타 공공 기관이 218곳이다.

그러나 윤 당선인이 당장 공공기관장 임명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후반기에도 공공 기관 기관장과 감사·이사 등에 대한 임명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면서, 기관장 대다수가 2023년 또는 2024년까지 임기를 채우게 됐기 때문이다. 전체 공공 기관 350곳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234곳(66.8%)의 기관장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고, 2년 이상 남아 있는 곳도 151곳(43.1%)에 달한다.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르면, 공공 기관 기관장의 임기는 3년으로, 문재인 정부가 전체 공공기관장의 3분의 2 이상을 임기 마지막 2년 새 집중 임명했다는 의미다.

현 공공기관장의 상당수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기조를 따르는 ‘캠코더(문재인 대통령 선거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다. 기업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공공 기관 기관장 및 감사 432명 중 131명(30.3%)이 캠코더 인사였다. 문재인 정부는 공기업 36곳 가운데 27곳 기관장을 지난해 임명했고, 한국공항공사 사장과 한국마사회 회장을 지난달 임명하는 등 막판까지 ‘캠코더’ 인사를 공공기관장으로 세우고 있다.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현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냈고, 정기환 한국마사회 회장은 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해당 공공 기관과 연관된 별다른 경력 없이 기관장으로 임명된 경우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기관 임원들에게 사직을 종용하다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계기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공공기관장들에게 일괄 사직서를 받고 선별 수리하는 방식 등으로 기관장을 교체하거나 사직을 우회적으로 종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윤석열 정부로선 ‘문재인 공공기관장’들과의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면서 국정을 운영해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