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 등으로 선관위 안팎에서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7일 선관위 직원들에게 글을 보내 ‘지방선거가 76일 앞으로 다가왔다’면서 ‘흔들림 없이 준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5일 사전 투표 혼란 사태 이후 노 위원장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오전 출근길과 선관위원 회의 전후, 거취와 관련한 취재진 물음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었다.
노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 선관위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먼저 다시 한 번 20대 대선의 확진자 사전투표와 관련해 국민께 불편과 실망을 드려 송구하다”면서 “중앙의 부실한 계획과 대처로 인한 국민의 질책을 일선에서 온 몸으로 겪으면서도 투개표가 끝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주신 우리 직원들과 선거관계자 여러분께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이어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중차대한 선거를 관리함에 있어 안일했다는 지적을 수용하고 공감한다”면서 “하지만 위원회는 지금 전국동시지방선거를 76일 앞에 두고 있다. 확진자 등 사전투표 부실 관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조직을 쇄신하는 한편, 부족하고 잘못됐던 부분을 채우고 고쳐 정확하고 신속하게 지방선거를 준비 관리해야 할 때”라고 했다.
노 위원장은 “현 상황에서 목전에 다가온 지방선거를 더 이상 흔들림 없이 준비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위원장으로서 신중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그것이 책임을 다하고자 함임을 이해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우리에게 맡겨 주신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4가지 사항을 언급했다.
그는 “첫째, 지난 대선에서 발생한 문제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시간을 끌지 않고 사안의 시급성과 중요도에 따라 필요하고도 상응한 조치를 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둘째, 위원회를 일하는 조직으로 쇄신하겠다. 건강한 조직은 일하는 직원들이 대우받고 실력과 능력에 따라 그에 합당한 권한과 책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중앙 사무처를 슬림화하고 정체된 조직에 피가 순환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셋째, 현 시점 우리 위원회에 대한 질책의 본질은 지방선거를 잘 관리하라는 것이며, 구성원 여러분의 걱정과 두려움도 지방선거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구시군 위원회 인력 지원 등 업무 경감 방안, 지방선거의 시설 장비 점검, 중앙 차원의 투표관리인력 확보 대책 마련 등을 서두르겠다”고 했다.
노 위원장은 “그동안 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지라도 제대로 고쳐야한다는 절박함으로 구성원들의 의견을 다양한 방법으로 수렴하고 합리적인 수습 방안을 고민했다”면서 “일부 다른 부분도 있었으나, 여러 위원, 직원들이 상처 입은 마음을 생생히 전달해주고 위원회를 위하는 마음으로 진솔하게 의견을 개진해줬다. 고맙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 이후 일련의 일들로 힘들었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직원 여러분들에게 조심스럽게 위로의 마음을 전하며 한 번 더 힘을 내어 일어서자고 감히 부탁드린다”면서 “저도 현재의 위기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앞서 전국 시도 선거관리위원회와 중앙선관위 소속 상임위원 15명은 지난 16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대선 사전 투표 부실 관리 논란 등과 관련해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대법관)의 대국민 사과와 거취 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국 선관위 상임위원들이 집단으로 중앙선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사전 투표 혼란 당일 출근도 하지 않은 노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장관급)은 선거 부실 관리의 책임을 지겠다며 16일 사의를 표명했고, 그의 면직안을 노 위원장은 17일 선관위 위원 회의에서 의결 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