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사면, 인사권에 이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둘러싸고 윤석열 당선인 측과 충돌하면서 신구 권력 간 충돌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직접 나서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빠른 시일 내에 격의 없이 만나자”고 제안했었다. 하지만 불과 사흘 만인 21일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협조할 뜻이 없다는 점을 내비쳤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원활한 정권 인수인계를 할 것이냐, 아니면 6월 1일 지방선거를 의식해 새 정부와 대립 구도를 만들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당선이 확정된 이후 11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회동 날짜를 잡지 않고 있다. 통상 역대 정권 교체기에는 열흘 안에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났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이 요구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임기 말 이른바 ‘알박기’ 인사 협조 등에 대해 “사면과 인사권은 모두 현직 대통령에게 있다”며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왔었다. “법대로 하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여기(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그냥 쓰면 안 되나 묻고 싶다”며 윤 당선인의 청와대 폐지 및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이렇게 신구 권력 간 갈등이 표면화되자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직접 나서서 “당선인 측의 공약이나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개별적인 의사 표현을 하지 말라”며 “윤석열 당선인과 빠른 시일 내에 격의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화해 제스처로 풀이됐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희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을 못 지켰지만 윤 당선인의 의지는 지켜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날 NSC 회의를 직접 주재한 뒤 기류가 급변했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 중에 윤 당선인과 협력하자는 ‘협조파’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물러서면 안 된다는 ‘투쟁파’ 중 ‘투쟁파’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겠냐는 말이 나온다. 실제 청와대는 최근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과 관련한 비공개 여론조사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찬반 의견이 비등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0.7%포인트 차이로 졌고, 이 가운데서도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해서 40%대를 유지하니 국민 절반을 가지고 계속 가겠다는 뜻 아니겠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