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6시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을 갖는다. 대선 이후 19일 만이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번 만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추가경정예산 문제 등 쟁점에 대해 일괄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신구 권력이 국민들에게 더 이상 갈등하지 않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회동이 늦어진 만큼 오찬보다는 시간 제약이 덜한 만찬을 통해 신뢰를 만들자는 데 양측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인수위원회는 27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날짜를 동시에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에게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만났으면 한다”며 다시 한번 만남을 제안했고, 윤 당선인도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하면서 만남이 성사됐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 임기 종료가 40일 앞으로 다가왔다”며 “남은 권한을 가지고 새로운 권력과 계속 대치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감사원이 지난 25일 청와대의 감사위원 인선 강행 입장에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인사 갈등이 일단락됨에 따라 양측도 만남을 서두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지난 16일 오찬 회동을 하기로 했다가 임기 말 ‘알박기’ 인사 등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해 한 차례 취소한 바 있다. 이후로도 윤 당선인이 취임일인 5월 10일 청와대를 전면 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자, 문 대통령이 곧바로 “무리하다”고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양측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지명을 두고도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 의견을 들었다”고 했지만, 윤 당선인 측은 “협의가 아니라 통보였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가장 늦어진 회동인 만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모두 국민들에게 선물로 줄 만한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은 28일 만찬에서 양측이 갈등을 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50조원 규모의 코로나 추경, 대북 문제 등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화를 할 것으로 보인다. 평소 애주가로 알려진 두 사람이 당초 오찬 회동을 만찬으로 옮기면서 술을 곁들인 대화를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한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배석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결과물을 내서 발표하겠다는 의지 아니겠냐”는 말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이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윤 당선인 측은 “사면 문제에 대해선 청와대와 별다른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해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권에서도 문 대통령이 임기 종료 전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해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만 사면한 채 임기를 마칠 경우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도 이 전 대통령 사면과 연계됐다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이 전 대통령이 사면되면 김 전 지사도 사면될 것이란 얘기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과 관련해서도 청와대가 협조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안보 공백을 이유로 윤 당선인 계획을 반대했다. 하지만 이후 청와대에서는 “윤 당선인이 하겠다는 일을 문 대통령이 반대한 것이 아니다. 반대할 수도 없다”라며 “취임 후인 5월 10일 이후 천천히 하시라는 조언”이라고 했다. 당장 윤 당선인이 용산 이전에 필요하다고 한 예비비 의결은 힘들더라도 윤 당선인이 취임 직후 집무실로 쓰겠다는 통의동 사무실 관련한 비용 처리 등과 같은 방식으로 협조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윤 당선인은 예비비 의결을 재차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용산 이전에 따른 안보 공백 우려가 나온 만큼, 윤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 시 발생하는 우려에 대해 수치를 들어가며 문 대통령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를 총괄하는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회동 다음날인 29일 국무회의가 예정돼있다”며 “용산 이전 문제의 실타래가 풀리지 않을까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같은 TF 소속 김용현 전 합참 본부장은 본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용산 이전을 위한 예비비를 승인해주면 5월 10일 용산 시대는 지금도 가능하다”며 “그렇게 되도록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 측은 용산 국방부 청사 건물에 대한 실측 작업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에서 예비비 문제가 풀리면 국방부 집무실 리모델링을 통해 취임 직후 입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밖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코로나 피해 보상을 위한 50조원 규모의 추경 처리와 관련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 신용현 대변인은 이날 “인수위는 현 정부에서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길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 인사도 통화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수십만명대에 이르는 엄중한 상황에서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드리자는 데는 이미 양측이 물밑 교섭에서 교감을 나눈 상태”라며 “청와대도 코로나 심각성은 인정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에게 직접 추경의 시급성을 들며 설득에 나서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회동에서 추경 논의가 이뤄질지 묻는 취재진 질문에 “(추경은) 국가적 현안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민주당은 “집권 직후 해도 될 문제 아니냐”면서도 “추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기획재정부를 설득해보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