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7일 오전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평택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김승겸 연합사 부사령관등과 부대를 둘러보고 병사들과 식사를 같이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7일 주한미군사령부가 있는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매우 엄중한 상황 속에서 한미 군사 동맹과 연합 방위태세를 통한 강력한 억제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 대통령들이 당선인 신분으로 용산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한 적은 있지만, 전투 부대가 실전 배치된 주한 미군 기지를 찾기는 처음이다. 이날 방문은 북한 최대 명절인 김일성 생일(4월 15일)을 앞두고 핵실험 또는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고강도 도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전용 헬기 ‘공군 2호’를 타고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출발해 평택 기지에 도착했다. 방명록에는 ‘평택은 튼튼한 한미 동맹의 상징입니다’라고 썼다. 이어 윤 당선인은 브리핑룸으로 이동해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김승겸 연합사 부사령관과 함께 군 참모들에게 연합 방위 태세 관련 비공개 보고를 받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동향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가운데) 대통령 당선인이 2022년 4월 7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장병식당에서 한미 장병들과 식사를 함께 하며 대화하고 있다. /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대통령 당선인으로서 처음 방문한 부대가 한미 군사 동맹의 심장부인 캠프 험프리스”라며 이날 방문 의미를 직접 강조했다고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방문에는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김성한 대통령직 인수위 외교 안보 간사, 김태효 인수위 위원 등이 함께했다.

윤 당선인은 브리핑에서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은 수많은 선배 전우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러캐머라 사령관 예하 전 장병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에 러캐머라 사령관은 “한반도 안정을 위해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직무 유기라 생각한다”면서 “한미 간 ‘철통 동맹’(Iron-clad alliance)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엔군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는 한반도 평화와 안보,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굳은 의지로 강력한 연합 방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또 “캠프 험프리스 기지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해준 한국 국민에게 감사한다”는 뜻도 윤 당선인에게 전했다고 주한 미군 측은 밝혔다. 브리핑 후 윤 당선인은 러캐머라 사령관 요청으로 통역만 배석시키고 단둘이 5분간 담소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7일 오전 경기도 평택 주한미군 평택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김승겸 연합사 부사령관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당선인 대변인실 제공

이후 윤 당선인은 6·25전쟁 기록물 등이 전시된 ‘정전협정의 방’을 윌러드 벌러슨 미8군 사령관, 소프지 기획관리참모부장 등과 함께 관람했다. 윤 당선인은 벌러슨 사령관 등과 환담한 뒤 장병 식당에서 제2보병사단 한미 장병들과 함께 식사했다. 식사는 평소처럼 뷔페식이었는데, 윤 당선인은 이날 밥과 불고기, 양념 통닭 등을 먹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식사 후 한미 장병들과 웃는 모습으로 ‘셀카’를 찍었다.

캠프 험프리스는 유엔군사령부, 주한미군사령부, 특수전사령부, 미8군, 제2보병사단 사령부가 주둔한 주한 미군의 핵심이다. 해외 미군 기지 가운데 최대 규모(1467만7000㎡·여의도 5배)로, 경기 북부의 미 제2보병사단 등 전국에 산재한 미군 기지·시설들을 통합해 2017년 가동에 들어갔다. 현재 용산에 있는 한미연합사 본부도 연내 이곳으로 이전해 올 예정이다. 이에 윤 당선인은 연합사 이전 관련 현황도 보고받았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이날 헬기를 타고 평택 기지로 가는 상공에서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며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헬기에서 공장 전경을 내려다보며 “반도체 산업 등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인 첨단 산업들을 더 발굴하고 세계 일류로 키워내겠다”고 했다고 배 대변인은 전했다. 윤 당선인이 헬기로 이동하며 평택 삼성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으며, 수분간 상공에서 내려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최근 경제 6단체장을 만났을 때도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반도체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7일 주한미군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를 방문,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왼쪽은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오른쪽은 김승겸 연합사 부사령관./주한미군 제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