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1일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의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공천 배제 결정을 철회하고 ‘100% 국민 경선’ 방식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지도부가 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을 이틀 만에 뒤집은 것이다. 앞서 전략공관위가 이들 두 사람의 배제를 결정한 것은,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뜻이 강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크게 반발한 데다, ‘전략 공천’으로 내세울 만한 인물을 찾는 데도 난항을 겪으며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당 안팎에선 “계파 갈등만 노출한 채 돌고 돌아 송영길로 가는 거냐”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약 2시간 동안 비공개 회의를 열고 ‘송영길·박주민 공천 배제’를 철회하고 경선으로 후보를 선출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도부는 현재까지 등록한 후보 6명 외에 다른 후보를 더 찾아보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22일까지 추가로 후보를 영입해 경선 대상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추가 후보 영입과 관련해 “여러 분들을 접촉할 계획”이라며 “어젯밤부터 오늘 사이에도 몇 분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박영선 전 장관 등을 설득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들이 ‘경선’ 방식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김현종 전 청와대 안보실 2차장도 영입을 시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 대변인은 “내일까지 후보 추가 확보 노력을 하면 최소 ‘6명+α’가 되는 것 아니냐”며 “모두 다 경선에 참여시킬 수 없으니 적정한 규모의 인원으로 100% 여론조사 경선과 결선 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에 앞서 ‘컷오프’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당 내에선 전략공관위가 ‘경쟁력’을 이유로 내린 송·박 공천 배제 결정이 뒤집히면서 공천 과정 전체에 대한 권위를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의원은 “’전략’ 결정이라는 것 자체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라며 “당사자가 반발한다고 해서 곧장 뒤집히는 가벼운 결정이라면 앞으로 발생할 다른 지역에서의 반발은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의원 대다수는 송 전 대표 출마에 반대해왔다.
이 같은 혼선 속에 당내 계파 갈등도 여과 없이 노출됐다. 이원욱 전략공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송 전 대표는 스스로의 궁지 모면을 위해 난데없이 이재명 후보를 앞세우는 해당적인 분열 꼼수 정치를 즉각 거둬들이라”며 “당대표까지 한 분이 송영길이라는 자신의 이름보다는 이재명이라는 이름을 거론하며, 이재명에 반대하기 위한 공천이라는 명분을 쌓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도 참담하다. 부끄럽다”고 썼다. 송 전 대표가 자신의 배제는 “이재명의 정치 복귀를 반대하는 선제 타격”이라고 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중도 성향의 한 초선 의원은 “반대로 말하면 송영길 공천은 이재명의 정치 복귀 길을 터주는 것이라는 뜻인가”라며 “실체 없는 계파 갈등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 이광재 의원(강원 원주갑)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강원도의 운명을 바꾸는 도지사가 되고 싶다”면서 민주당에 ‘강원도 발전을 위한 5가지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강원 특별자치도법의 조속한 통과, GTX 노선으로 강원도와 수도권 연결 등이다. 당의 권유로 강원지사 출마 뜻을 밝히면서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당이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는, 일종의 조건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민주당의 강원지사 후보 공모에는 등록한 사람이 없었고, 이에 당 지도부는 이 의원의 출마를 공식 권유했다. 국민의힘은 강원지사 후보로 김진태 전 의원과 황상무 전 KBS 앵커가 경선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