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것은 대선 이후 들어선 ‘투 톱’ 윤호중 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다. 86 운동권 출신인 윤 위원장과 박 원내대표는 강경파 초선들의 지지를 발판으로 ‘선명 야당’을 내세우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21일 방송 인터뷰에서 “1단계 검찰 개혁을 했는데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 이마저도 후퇴·퇴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 4월에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도 전날 “검찰 공화국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당력을 총집중하겠다”고 했다. 검수완박법 처리를 위해 각종 꼼수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비판에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사석에서 만나면 지도부의 졸속 입법 추진에 대해 서로 쓴소리를 한다고 한다. 이 법안이 원내 지도부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긴 하지만,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9명 중 윤호중 비대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배재정 비대위원 등을 뺀 나머지 6명은 검수완박 법안 강행에 이미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비대위원 중 3분의 2가 반대하는데도 윤호중·박홍근 투톱이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검수완박법은 원내 사안이기 때문에 비대위의 인준을 받을 필요는 없다”며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도부 절반이 넘게 반대하는 법을 온갖 편법을 동원해 강행하는 게 맞느냐”고 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비정상적’ 상황은 결국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당내 주류가 바뀐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민주당의 여론을 주도하는 것은 대선 이후 들어온 친이재명계 강성 지지층이다. 이른바 ‘개혁의 딸’(개딸)이라고 부르는 이들 신규 당원들은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고 있다. 강성 지지층에 가장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것이 강경파 초선들이고, 당 지도부는 강경파 초선들을 제어하기보다는 이들에게 얹혀가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강성 초선들은 지난달 원내대표 선거 때도 후보군을 돌아가며 접촉해 검수완박법 처리 의지가 있는지 따져 묻기까지 했다.
현재 민주당에서 검수완박 강행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의원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지만, 강경 초선들은 되려 강행에 대한 목소리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개인적으로 만나면 반대하는데도 막상 나서려는 의원은 별로 없다”며 “전형적으로 목소리 큰 소수에 침묵하는 다수가 끌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