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8일 발표한 ‘한국전력의 독점 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한다’는 정책을 두고 ‘한전 민영화’라는 비판이 나오자 하루 만에 “민영화 여부를 논의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인수위사진기자단

인수위는 29일 오전 “어제(28일)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 방향’ 브리핑 이후 한전의 민영화 우려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사실 관계를 알려 드린다”며 “한국전력의 독점적 전력 판매시장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에 대해선 “새롭고 다양한 전력 서비스 사업자가 등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고, 전력 시장이 경쟁적 구조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위 “한전 독점 구조 개방·전기요금 원가주의 원칙 도입”

전날 인수위는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기본 방향과 5대 중점 과제’를 발표하며 한국전력의 전력 독점 판매 구조를 개방하고 전기요금은 원가주의 원칙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주헌(동덕여대 교수) 인수위 경제2분과 전문위원은 브리핑에서 한전이 작년 5조9000억원의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낸 것에 대해 “잘못된 전기 가격 결정 정책 관행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가격을 독립적으로 원가주의에 입각해 결정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전의 적자가 곧 가격 인상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현 정부의) 탈원전으로 인해 적자폭이 얼마나 늘어나는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며, 차기 정부가 원전을 적정 비중으로 유지·확대하기로 선회하기 때문에 전기가격 인상 요인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또 전력구매계약(PPA) 허용 범위를 확대해 한전이 독점 판매하는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다양한 수요관리 서비스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탄소중립 시대에 에너지 시장이 독점돼선 곤란한 만큼 다양한 거래를 허용해 독점 시장을 완화한다는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신생 기업이 많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력거래시장은 한전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입한 뒤, 독립적으로 판매하는 구조다. 만약, 구조가 바뀌면 다른 사업자가 기업 등 수요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직접 공급하는 구조도 가능해진다.

◇ 브리핑 후, 온라인서 “사실상 전력 민영화” 부글부글

인수위 브리핑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사실상 전력 민영화’ 정책이라는 글이 쏟아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 대해 부정적인 커뮤니티에서도 이번 인수위 정책을 반대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국민의힘 지지자라는 한 네티즌은 ‘엠엘비파크’에 “한전 민영화시 바로 시위 나갑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다른 회원들도 “민영화가 좋은 건 아니다. 철도, 수도, 전기 같은 필수 공공재는 민영화 하는 거 아니다”, “윤석열이든 문재인이든 전기 민영화는 막아야 한다. 독일에서 살면서 가장 화나는 게 전기세였다. 그런데 어떻게 할 수 없다. 대체제 없는 건 국민 볼모로 (전기세는) 엄청 올렸다”고 글을 남겼다.

다른 커뮤니티 반응도 비슷했다. ‘전력 민영화’를 우려하는 반응이 커지자, 인수위는 하루 만에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상황은 더 악화됐다. 인수위가 쓴 ‘새롭고 다양한 전력 서비스 사업자 등장’이라는 문구가 결국 ‘민영화’라며 네티즌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실 소속 백지원씨가 29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 방향' 브리핑 관련 해명 게시물/백지원 페이스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실에 있는 백지원씨는 이날 해당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는데, 그 밑에는 “새롭고 다양한 전력 서비스 사업자가 등장하는 게 민영화라는 거예요”, “해명이 전혀 안 된다”, “말장난 하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부정적인 여론이 이어지자 백씨는 입장문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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