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24일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자의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을 법무장관 직속으로 신설한다고 밝혔다. 역대 정부에서 인사 검증을 담당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윤석열 정부에서 폐지되면서, 법무부가 이 업무를 총괄하는 것이다.
대통령실 측은 “인사 검증 업무를 법무부로 이양해 대통령실 권한을 축소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인사 추천과 검증을 모두 검찰 라인이 장악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사 추천 등 전반을 관장하는 대통령실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은 모두 윤 대통령과 검찰에서 함께 일했던 측근들이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이날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법무부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령안에 따르면 한동훈 법무부에 새로 신설될 예정인 인사정보관리단은 단장과 인사정보1·2담당관 등 총 20명으로 구성된다. 단장 1명에 검사 3명, 3~9급 공무원들과 경찰의 경정 2명이 들어간다.
단장은 검사 또는 고위공무원단 중 1명으로 임용한다. 공직후보자의 사회 분야 정보 수집·관리를 담당하는 1담당관은 검사가 맡고, 경제 분야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2담당관은 부이사관(3급 공무원)·검찰부이사관·서기관·검찰수사서기관 중에 한 사람이 맡는다. 단장은 비검찰 출신 외부 인사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검찰 인사만 검증하는 것이 아닌 만큼 각 부처에서 다양한 인력으로 인사정보관리단을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개혁으로 무소불위 검찰 권한을 축소하는 중에 공직자들에 대한 정보를 쥐고 검찰의 권한을 키우려는 속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등 이전 정부에서는 청와대 인사수석실이 인사 추천을 하면 민정수석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경찰·국가정보원 등의 협조를 받아 검증을 하는 구조였다. 윤석열 정부에선 인사기획관실이 추천 등 인사 전반을 관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민정수석실 담당이던 검증 부분을 앞으로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서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인사정보관리단에서 만든 인사 검증 보고서는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검토해 인사에 활용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인사 검증을 대통령실에서 분리하는 방식은 미국식 인사 검증 제도를 본뜬 것이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미국은 법무부 산하인 연방수사국(FBI)의 별도 부서에서 검증하고 백악관 법률 고문실이 검토하는 구조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는 지난 3월 “미국도 FBI 등에서 주로 (인사 검증을) 수행한다. 이 같은 사례를 참고할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인사 추천과 검증을 대통령실과 법무부로 이원화했더라도 구성원들이 대부분 검찰 출신이라는 데 있다. 인사를 총괄하는 복두규 인사기획관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검찰 일반직 최고위 자리인 대검찰청 사무국장을 지냈다. 인사기획관 산하 인사비서관을 맡은 이원모 전 대전지검 검사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때 대검 연구관, 지난 대선 선거대책위에선 법률팀장을 맡았다. 인사 추천과 검증 모두 검찰이나 검찰 출신 인사들이 하게 되는 구조다.
윤 대통령 측 인사는 “검찰 출신이 인사 라인에 포진하면서 정치권에서 밀려오는 인사 외풍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반면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사실상 검찰 출신들이 인사를 장악한 구조에서 폭넓게 사람을 쓰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야권에선 인사 검증 과정에서 발견된 공직자 및 공직 후보자의 개인 정보가 검찰의 사정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실 측은 “인사 검증과 사정 업무는 엄격히 분리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적 논란도 제기됐다. 민주당 선대위 김남국 대변인은 이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민정수석이며 인사수석이자 검찰총장”이라며 “법무부에 인사 검증을 맡기려면 법령이 아니라 법무부 사무를 규정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조직법에서 ‘법무장관은 검찰·인권옹호·출입국관리 등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돼 있고, 인사정보관리는 범위 밖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 측은 인사 검증 권한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위탁한 법령을 개정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인사정보관리단은 다음 달 신설될 전망이다. 검찰에서 인수위 인사검증팀에 파견됐던 이동균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장과 수사관 2명이 6월 이후엔 인사정보관리단으로 이동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이 부장검사 등이 인사정보관리단에 그대로 합류할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