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일 여당이 압승한 6·1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더 잘 챙기란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성숙한 시민의식에 따라 지방선거가 잘 마무리돼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서민들의 삶이 너무 어렵다”면서 “경제 활력을 되살리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 앞으로 지방정부와 손을 잡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겠다”고 했다. 대선 승리 3개월 만에 치러진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한 것은, 새 정부가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동력을 유권자가 만들어준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지방선거 승리로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 의석 구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보고 국정 운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취임 21일 만에 여당의 지방선거 압승이란 정치적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정치적 메시지 대신 “윤석열 정부는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라는 자세로 민생 안정에 모든 힘을 쏟겠다”고 했다. 국정 우선순위를 ‘경제’에 두고 대통령실은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것이다. 지방선거 압승을 거머쥔 윤 대통령이 경제와 민생을 강조한 것은 여권의 자만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책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오늘의 승리가 내일의 패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자만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여권 전체에 보낸 것”이라고 했다.

이번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윤 대통령이 임기 초반 상당한 국정 동력을 확보하게 된 것은 분명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0.73%포인트 득표율 차로 신승했다. 국회 의석 구도도 이번 보궐선거에서 7곳 중 5곳을 이겨 169석 대 114석이 됐지만 여전히 압도적 여소야대다. 그런 만큼 윤 대통령도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불리한 정치 지형에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심 갖고 있었다고 한다. 국민의힘의 중진 의원은 “지방선거 승리라는 정치적 부스터 샷이 없었다면 윤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식물 대통령’ 프레임에 갇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지방선거 압승을 이끌어내면서 민주당의 반대 에너지를 어느 정도 약화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를 망설이는 일부 여권 인사들에게 “도전해보라”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민의힘의 김태흠 충남지사 당선인, 김영환 충북지사 당선인은 물론 여당 후보에 아깝게 진 김은혜 경기지사 후보도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대선 연장전’ 성격으로 치른 지방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윤 대통령이 득표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은 물론 여당 소속 단체장이 지방 정부에 포진하면서 그의 여권 내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에 도전했다 낙선한 일부 인사를 정부 요직에 등용하는 방안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지역 활성화를 국정 성과로 만들고 싶어해 이번 지방선거에 더 기대를 걸었다는 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 산하에 지역균형발전특위를 운영했고, 취임 후엔 대통령실에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전담팀을 두고 매주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방선거 하루 전날인 지난달 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부산을 직접 찾기도 했다. 윤 대통령 측근은 “대통령은 한국이 싱가포르 같은 경쟁력을 갖춘 여러 광역 경제권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이른바 ‘파이브 싱가포르(five Singapore)’ 구상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은 지역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중앙 정부 권한을 이관해줄 수 있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