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신 주요 기관장과 임기

6·1 지방선거로 지방 권력의 추가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기울면서 전임 단체장에 의한 ‘알박기 인사’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인천·대전·울산·세종·강원·충북·충남·경남·제주 등 9곳에서 시·도지사의 소속 정당이 바뀌었다. 그 결과 전임 시·도지사들이 임기 말 임명한 지방 공공 기관 임원들이 다른 정당 소속의 신임 단체장들과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년 가까이 ‘불편한 동거’를 하게 됐다. 제주를 제외한 8개 시도에서 행정권을 넘겨받은 국민의힘의 시·도지사들은 “지방 공공 기관 곳곳에 박힌 친민주당 인사들을 물러나게 할 방법이 없다”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방 정권 교체가 일어난 9개 시도 지방 공기업 33곳의 기관장과 상임이사·감사 73명 중 절반 이상(56.2%)인 41명의 임기가 신임 시·도지사가 취임하는 7월 1일을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지난 내년 이후에 만료된다. 28명(38.4%)은 임기가 1년 이상 남았고, 2년 이상 남은 경우도 13명(19.2%)이다. 이 13명이 임기를 모두 채우고 나면 신임 시·도지사 임기(4년)의 절반 이상이 지난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지방선거 직전까지 각 시도에서 지방 공공 기관 임원을 계속 임명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해 12월 울산시설공단 이사장에 송규봉씨를 임명했다. 그는 경북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선임행정관으로 일했다. 울산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송씨의 운동권 경력과 정당 활동을 두고 ‘시장의 보은 인사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송씨는 “시장과 교감은 없었다”며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을 평가받은 것”이라고 했다. 송 시장은 지난해 11월에는 시장직 인수위원 출신인 한삼건 울산대 명예교수를 울산도시공사 사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송씨와 한 명예교수가 임명됐을 때는 송철호 시장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때였다. 송씨와 한 명예교수의 임기는 각각 2024년 11월까지다.

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해 10월 같은 당 조승래 의원 보좌관 출신 왕우현씨를 임기 2024년 10월까지인 대전시시설관리공단의 상임이사로 임명했다. 그러나 송 시장과 허 시장은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해 시장직을 내주게 됐다.

‘지방 정권 교체’ 일어난 아홉 시·도

9개 시도가 출자(出資)·출연(出捐)한 기관 133곳의 임원도 알박기 인사 논란의 대상이 됐다. 기관장 133명 중 73명(54.9%)의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았고, 이 중 60명(45.1%)의 잔여 임기는 1년 이상이다. 14명(10.5%)의 임기는 신임 시·도지사 임기의 절반(2년)이 지난 뒤에야 만료된다. 민주당 최문순 강원지사 산하의 강원문화재단은 지난 1월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전 장관을 이사장으로 연임시켰다. 강 전 장관은 2020년부터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 박남춘 인천시장도 선거 석 달 전인 2월 말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에 이종구 전 중앙대 교수를 임명했다. 이 전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문화계 요직을 휩쓴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소속으로 인천민예총 지회장을 지낸 적이 있다. 그의 임기는 2025년 2월 말까지다. 민주당 이춘희 세종시장도 지난 2월 세종시문화재단 김종률 대표의 연임을 확정했다. 김 대표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제창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곡한 인사다. 2020년 2월 취임한 김 대표의 임기는 2024년 2월까지로 2년 늘었다.

다수당이 바뀐 지방의회에서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의석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서울시의회는 선거를 몇 주 앞두고 4·5급 임기제 공무원에 민주당 출신 인사들을 채용했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원내대표실 비서실장이었던 A씨는 지난 4월 말 시의회 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4급)으로 선발됐다. 관련 경력이 전무한 A씨가 선발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소속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의 비서관 출신인 B씨는 지난달 17일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전문위원(5급)으로 선발됐다. 시의회 관계자는 “임기제 채용을 할 때마다 민주당 쪽에서 경력자가 많이 채용돼, 채용 전부터 내정설이 파다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이경선 서울시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자기가 활동하는 상임위인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수석전문위원(4급)에 지원했다. 이 의원의 채용 여부는 이달 중 발표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김소양 서울시의원은 “의원이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이해 충돌 여지가 있는 자기 상임위 수석전문위원에 응시했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