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최고 세율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부담 경감, 기업 규제 철폐 등을 골자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이 시작부터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막혔다. 민주당은 “실패로 끝난 MB(이명박) 정책 시즌 2″이자 “재벌·대기업 특혜와 부자 감세”로 규정하면서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내용은 대부분 법 개정 사항으로, 의석 170석을 갖고 있는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동의해주지 않으면 정부가 경제정책을 펴보기조차 불가능하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16일과 17일 당 회의에서 “이명박 정부에서 실행된 법인세 인하는 기업 투자 유인을 명분으로 했지만 실제 인하 이후 투자 유인 효과가 없었음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며 “감세 정책의 실효성은 불투명하지만 세수(稅收)는 확실하게 줄어든다”고 감세 무용론을 폈다. “안 그래도 심각한 소득 불균형 상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며 ‘부자 감세’가 빈부 격차를 키울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 의장도 17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2018년 문재인 정부가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상향한 것은 이명박 정부 법인세 감세를 정상화한 것”이라며 “이번 감세는 초고소득의 재벌·대기업을 위한 맞춤형 감세”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법인세율을 높인 것이 정상 방향이고, 인하는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의 ‘부자 감세’ 주장에 “그럼 (감세를) 하지 말아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규제 중에 제일 포괄적이고 센 규제가 세금”이라며 “기업이 제대로 뛸 수 있게 해 시장 메커니즘이 역동적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 중산층과 서민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감세)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도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의 핵심은 민간 주도 규제 혁신인데 민주당은 대기업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기에 급급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민주당은 또다시 기업에 대한 적대 정책과 국민 갈라치기로 우리 사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경제 활력을 가로막겠다는 것이냐”며 “지난 정권의 소득 주도 성장, 공공 및 재정 주도 일자리, 단기 땜질식 대응은 철저히 실패했다”고 했다.
정부와 여당이 의욕적으로 ‘윤석열표’ 경제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반대하면 구현할 방법이 없다. 법인세 인하는 법인세법과 소득세법, 부동산 보유세 부담 경감은 종합부동산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가업(家業) 승계 관련 조세 제도 개편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고쳐야 한다. 규제 완화는 근로기준법·중대재해처벌법·공정거래법 등의 정비가 필요하다. 신산업 육성 정책을 위해선 국가전략기술육성특별법·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디지털자산기본법 등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 중 여야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분야는 법인세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 의장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정부 간섭을 최대한 줄이고 민간 중심 경제 활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민간 활력을 높일 법인세 인하를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 의장은 “재벌과 대기업을 위한 특혜와 지원책이 어떻게 민생 경제를 살리고 서민과 중산층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단 말이냐”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7년 민주당이 법인세율 인상 법안을 발의하자 인상론·인하론을 모두 소개하면서 “재원 확보 필요성, 법인세율이 법인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 고려해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중립’ 의견을 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국의 법인세(법인지방소득세 포함) 최고세율은 1990년대 중반부터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인하돼 왔고, G7이나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 2018년 인상으로 G7 평균(27.6%)과 비슷한 27.5%가 됐고, OECD 평균(24.0%)보다 높아졌다. 이후 주요 선진국이 법인세율을 낮추면서 올해 기준 한국의 세율은 OECD 평균(22.9%)은 물론 G7 평균(26.3%)보다 높게 됐다. 기업으로서는 국내보다 해외에 투자하는 것이 더 유리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또 법인세율이 인하된 2009년(이명박 정부)부터 2015년(박근혜 정부)까지 소득 분배(지니계수)는 매년 개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