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향후 법적 대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피해자 이대준씨의 아내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유가족은 17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월북 프레임을 만들려고 조작된 수사를 한 것”이라며 “(이전 수사결과는) 전 정권의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은 북한군에게 살해되고도 ‘월북자’ 낙인이 찍혔던 해수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아들 이모씨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쓴 감사편지도 공개했다.

아들 이씨는 “아버지의 사망 발표를 시작으로 죽음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월북자 가족이라는 오명을 쓰고 1년9개월을 보냈다. 긴 시간 동안 전 정부를 상대로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맞서는 과정에서 수없이 좌절하며 이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도 있었음을 부끄럽지만 고백한다”라며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아버지는 월북자로 낙인찍혔고 저와 어머니, 동생은 월북자 가족이 되어야 했다”라고 했다.

이씨는 “죽지 않으려면 살아야 하고 살기 위해서는 멈춰서는 안 되기에 끝없이 외쳐야 했다”라며 “그 외침을 외면하지 않고 들어주신 윤석열 대통령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라고 했다.

이어 “한 국민이 적에 의해 살해를 당하고 시신까지 태워지는 잔인함을 당했지만, 이 일련의 과정에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여 비난받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저는 점점 주눅 들어갔지만 지난 1월 31일날 만나 뵈었을 때 제게 꿈이 있으면 그대로 진행하라고 해주셨던 말씀이 너무 따뜻했고 진실이 곧 규명될 테니 잘 견뎌 주기 바란다는 말씀에 다시 용기가 났다”라며 “제가 듣고 싶었던 것은 따뜻한 이 한마디였고 지켜지는 어른들의 약속이었다”라고 했다.

이씨는 “대통령님, 제 아버지 성함은 이 대자 준자, 이대준이다. 그리고 제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니다”라며 “세상에 대고 떳떳하게 아버지 이름을 밝히고 월북자가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대통령님 덕분에 이제야 해본다”라고 했다.

이씨는 “제 아버지도 똑같이 세금을 내는 대한민국 국민이었고 국가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었다. 물에 빠진 어민을 구하셔서 표창장도 받으셨지만 정작 아버지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그 순간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셨다”라며 “오히려 아버지를 월북자로 만들어 그 죽음의 책임이 정부에 있지 않다는 말로 무참히 짓밟았고 직접 챙기겠다, 늘 함께하겠다는 거짓 편지 한 장 손에 쥐여주고 남겨진 가족까지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 전부였다”라고 했다.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씨의 아내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씨의 아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 편지를 대독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 /연합뉴스

그러면서 이씨는 “이제는 이런 원망도 분노도 씻으려고 한다”라며 “그럴 수 있도록 대통령님께서 도와주셨기에 저는 이제 제 위치로 돌아와 국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려고 한다. 아직은 마무리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지만, 윤석열 대통령님의 정부를 믿고 남은 일은 어머니, 큰아버지, 김기윤 변호사(유족 측 법률대리인)님께 맡기고 저는 제 길을 열심히 닦아 나가겠다”라고 했다.

이씨는 아버지 피살 당시 고등학생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아버지는 월북한 것이 아니다’는 편지를 썼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었다. 이씨는 현재 고등학교 졸업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씨는 2020년 9월 서해상 표류 중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졌다.

당시 군 당국과 해경은 이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하다 변을 당했다고 발표했으나 16일 국방부와 해경은 ‘자진 월북 근거가 없다’라고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유가족은 이날 이씨 동료의 진술조서도 공개했다.

이씨 동료는 “전혀 그런 생각(이씨 월북 가능성)은 들지 않는다”라며 “만약 북으로 월북을 하기 위해서라면 각 방에 비치된 방수복을 입고 바닷물에 들어 갔어야 하는데 그 추운바닷물에 그냥 들어갔다는 것이 월북이 아닌 극단선택으로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그리고 물살이 동쪽으로 흐르고 있어 그것을 뚫고 북쪽으로 간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유가족은 “동료 직원들이 (방수복 없이) 물에 빠지면 저체온증으로 3시간 만에 사망한다는 말도 했으나 해경은 그 부분을 빼고 월북이라고 발표했다”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아들 이씨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낸 감사편지 전문.

윤석열 대통령님께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아들입니다.

늦었지만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이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버지의 사망 발표를 시작으로 죽음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월북자 가족이라는 오명을 쓰고 1년9개월을 보냈습니다. 긴 시간 동안 전 정부를 상대로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맞서는 과정에서 수없이 좌절하며 이렇게까지 해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도 있었음을 부끄럽지만 고백합니다.

명확한 이유도 모른 채 아버지는 월북자로 낙인찍혔고 저와 어머니, 동생은 월북자 가족이 되어야 했습니다. 고통스러웠습니다. 원망스러웠습니다. 분노했습니다. 아버지도 잃고 꿈도 잃었고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또래 친구들이 누릴 수 있는 스무 살의 봄날도 제게는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버지의 월북자 낙인을 혹시 주변에서 알게 될까 봐 아무 일 없는 평범한 가정인 척 그렇게 살았습니다. 죽지 않으려면 살아야 하고 살기 위해서는 멈춰서는 안 되기에 끝없이 외쳐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니라고…그 외침을 외면하지 않고 들어주신 윤석열 대통령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한 국민이 적에 의해 살해를 당하고 시신까지 태워지는 잔인함을 당했지만, 이 일련의 과정에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여 비난받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저는 점점 주눅 들어갔지만 지난 1월 31일날 만나 뵈었을 때 제게 꿈이 있으면 그대로 진행하라고 해주셨던 말씀이 너무 따뜻했고 진실이 곧 규명될 테니 잘 견뎌 주기 바란다는 말씀에 다시 용기가 났습니다. 제가 듣고 싶었던 것은 따뜻한 이 한마디였고 지켜지는 어른들의 약속이었습니다.

대통령님, 제 아버지 성함은 “이 대자 준자, 이대준” 입니다. 그리고 제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닙니다. 세상에 대고 떳떳하게 아버지 이름을 밝히고 월북자가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대통령님 덕분에 이제야 해봅니다.

제 아버지도 똑같이 세금을 내는 대한민국 국민이었고 국가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이었습니다. 태극기를 직접 사 오시고 국경일마다 일찍 일어나 직접 국기를 게양하는 애국심이 있는 분이셨고 모르는 할머니께 홍시를 건네고 무거운 짐을 들어 드리는 따뜻한 정이 있는 분이셨습니다.

물에 빠진 어민을 구하셔서 표창장도 받으셨지만 정작 아버지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그 순간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셨습니다. 오히려 아버지를 월북자로 만들어 그 죽음의 책임이 정부에 있지 않다는 말로 무참히 짓밟았고 직접 챙기겠다, 늘 함께하겠다는 거짓 편지 한 장 손에 쥐여주고 남겨진 가족까지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원망도 분노도 씻으려고 합니다. 그럴 수 있도록 대통령님께서 도와주셨기에 저는 이제 제 위치로 돌아와 국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려고 합니다. 아직은 마무리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지만, 윤석열 대통령님의 정부를 믿고 남은 일은 어머니, 큰아버지, 김기윤 변호사님께 맡기고 저는 제 길을 열심히 닦아 나가겠습니다.

아버지의 오명이 벗겨지는 기사를 보면서 그 기쁨도 물론 컸지만, 전 정부, 전 대통령께 버림받았다는 상처가 가슴 깊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혹시나 또다시 상처받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대통령님께서 저와의 약속을 지켜주신 부분이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대통령님, 오늘은 제가 스무 살을 맞는 생일입니다.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슬픈 생일이지만 오늘만큼은 대통령님을 통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제게 큰 선물을 보내신 것 같아서 눈물이 납니다.

얼마 전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된 동생을 잘 다독이고 어머니께 힘이 되는 아들이 될 것이며 이 힘겨움을 끝까지 함께 해주고 계신 큰 아버지와 김기윤 변호사님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는 바른 인성을 가진 청년으로 성장해가겠습니다.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서 함께 걸어가시는 국민의 대통령으로 남으시길 바라며 아버지의 명예회복에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기회가 된다면 찾아뵙고 감사 인사를 다시 전하겠습니다.

2022. 6. 17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의 아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