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마 여부를 두고 친명(親明)·친문(親文) 간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민주당이 23일부터 충남 예산의 한 리조트에서 1박 2일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대선·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뒤 민주당 미래를 모색하는 취지였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토론의 최대 쟁점은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 여부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토론 시작에 앞서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부분은 본인과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한다 해서 마음 상하지 마시라”고 했다.
워크숍에는 민주당 의원 170명 가운데 155명이 참석했다. 이 의원은 다른 의원들이 토론을 시작한 뒤 워크숍 장소에 도착했다. 이 의원은 왜 늦었느냐는 물음에 “역시 초선(初選)의 초행길이라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당대표 출마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정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낮은 자세로 열심히 의견을 듣는 중”이라고 말했다. 친문계 중진으로 당대표 출마가 예상됐던 전해철 의원이 22일 불출마를 선언하며 사실상 이 의원도 출마하지 말라고 요구한 데 대해선 “특별한 의견이 없다”고 했다.
이 의원은 당초 워크숍에서 인사만 하고 자리를 뜨는 것도 고려했지만, 이날 밤 늦게까지 토론에 참여했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워크숍은 매우 중요한 일정이기에 잘 경청하겠다”며 “(워크숍에서) 특별히 할 말은 없는 상태”라고 했다. 이어 워크숍에서 ‘대선 패배 원인’을 거론하는 얘기가 나오지 않겠냐는 물음에는 “선거 개표 날 말씀드린 내용과 다른 게 없다. 제일 큰 책임은 후보인 나에게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전체 토론에 이어 추첨으로 10명씩 조를 나눠 한밤까지 조별 토론을 진행했다. 이 의원이 당대표 출마가 예상되는 친문 중진 홍영표 의원과 함께 14조를 뽑아 ‘죽음의 조’라는 말이 나왔다. 홍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일부 의원들은 이 의원에게 직접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토론회에선 시작부터 선거 패배 책임론이 거론됐다. “당 지도부와 후보 등 선거를 이끌었던 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과 “특정 인물 책임론으로 가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맞섰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대선 패배 뒤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이재명·송영길 후보를 선출한 과정이 적절했느냐, 그 과정에 문제가 있어서 결과가 이렇게 나온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이 의원의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문제 삼은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이 의원이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느냐’에 대해 비전과 가치 제공이 부족했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최근 ‘팬덤 정치’ 논란을 두고 “태극기 부대를 등에 업었던 황교안 전 대표의 실패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강성 지지층의 욕설·폭언에 대해 과감하고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이른바 ‘개딸’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이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설훈 의원은 발언을 자청해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의원에게도 농담조로 “그냥 우리 같이 (당 대표 선거에) 나오지 말자”고 말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본지에 “이 의원이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당대표 출마까지 하려는 데 대해 찬성하고 반대하는 의원들의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느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