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고 쓰여진 안기부(국정원 전신)에 있던 수석./조선일보 DB

국가정보원의 새 원훈으로 61년 전 중앙정보부(국정원 전신) 창설 당시 사용한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문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신영복(1941~2016) 성공회대 교수 서체로 된 원훈석도 1년 만에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고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서체로 쓰여진 국가정보원 원훈석. /국정원 제공

국정원이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내부 설문 조사에서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문구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훈은 초대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김종필 전 총리가 지은 것으로 김대중 정부 초기까지 약 37년 동안 사용됐다. 김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중정은 근대화 혁명의 ‘숨은 일꾼’이어야 하고 드러나는 것은 ‘성과’여야 한다”며 “우리가 만든 정보를 국정 책임자가 사용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면 그것이 바로 양지를 사는 것”이라고 했다.

국가보안법수호자유연대가 지난 5월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국가정보원 입구에서 신영복 글씨체 국정원 원훈석 즉각 철거를 촉구하며 원훈석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2.05.17/국가보안법수호자유연대

정보 당국 관계자는 “직원들 호응이 가장 중요한 만큼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우리는 음지에서’ 문구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와 함께 새 원훈석 제작에 예산이 수억 원 소요되는 만큼, 국가기록물로 지정돼 폐기되지 않고 국정원 내에 보관 중인 옛 원훈석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그동안 신 교수 글씨체로 된 원훈석을 놓고 그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0년간 복역한 전력 때문에 “대북 정보 활동을 주로 하는 국정원 원훈 서체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종찬 전 국정원장이 새 원훈석 제막식을 갖고 있다./조선일보 DB
박근혜 정부 때의 국정원 원훈석(院訓石). '소리 없는 헌신(獻身) 오직 대한민국 수호(守護)와 영광(榮光)을 위하여'. /국정원 /조선일보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