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새 원훈으로 61년 전 중앙정보부(국정원 전신) 창설 당시 사용한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문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신영복(1941~2016) 성공회대 교수 서체로 된 원훈석도 1년 만에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내부 설문 조사에서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문구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훈은 초대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김종필 전 총리가 지은 것으로 김대중 정부 초기까지 약 37년 동안 사용됐다. 김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중정은 근대화 혁명의 ‘숨은 일꾼’이어야 하고 드러나는 것은 ‘성과’여야 한다”며 “우리가 만든 정보를 국정 책임자가 사용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면 그것이 바로 양지를 사는 것”이라고 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직원들 호응이 가장 중요한 만큼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우리는 음지에서’ 문구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와 함께 새 원훈석 제작에 예산이 수억 원 소요되는 만큼, 국가기록물로 지정돼 폐기되지 않고 국정원 내에 보관 중인 옛 원훈석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그동안 신 교수 글씨체로 된 원훈석을 놓고 그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20년간 복역한 전력 때문에 “대북 정보 활동을 주로 하는 국정원 원훈 서체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