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빠루(쇠지렛대)’ 논쟁을 빚은 나경원 전 의원으로부터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고발을 당한 가운데 “국회에서 입법 방해 과정에서 나 전 의원이 빠루를 들고 있었던 장면은 온 국민이 다 기억한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2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를 통해 “정치인이 정치를 해야지 고발을 하나. 나경원의 정치는 고발장 정치인가 안타깝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2019년) 패스트트랙 정국 때 나 전 의원이 원내대표였다”며 “(당시 야당이) 온갖 입법을 다 가로막고 모든 법안을 패스트트랙을 이용해서도 막고 그 다음에 맨 마지막에 무제한 토론을 하겠다면서 모든 법안을 막아섰던 상황을 제가 비판을 하면서 ‘나경원 식으로 그렇게 하는 것, 또 황교안 대표 식으로 삭발, 단식 농성을 통해서 강경 투쟁을 하는 건 그게 그야말로 폭망의 길이다. 그래서 180석 우리가 얻지 않았냐’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얼마 전에 경찰서에서 저희 의원실로 ‘나 전 의원이 드디어 박용진을 고발을 했다’고 연락이 왔다”며 “이런 식으로 정치를 하실 게 아니라 ‘그때 빠루를 들지 않았다’고 주장하시든지 아니면 ‘나는 입법을 막지 않았다’고 주장하시든지 아니면 ‘지난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아니라 자유한국당 지금 국민의힘이 승리했다’고 주장을 하시든지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했던 주장 중에 틀린 주장이나 사실이 아닌 건 없다”며 “고발장 정치는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빠루 논쟁’의 시작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안·공수처법·검경수사권조정법안 등을 두고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반대에 부딪히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강행했다. 한국당은 법안 발의를 막기 위해 국회사무처 의안과 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펼쳤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 관계자들과 충돌이 벌어졌다.
‘빠루’도 이 때 등장했다. 한국당이 걸어잠근 의안과 사무실을 열기 위해 쇠망치와 쇠지렛대가 동원됐다. 민주당은 의안과 접수가 실패하자 전례 없는 전자 발의를 통해 법안을 발의했고, 이후 나 전 의원은 사무실 진입을 시도한 사람들로부터 한국당 관계자들이 빼앗은 쇠지렛대를 들고 민주당을 비난하는 연설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빠루 논쟁’이 재점화 된 건 박 의원의 최근 발언 때문이다. 박 의원은 수 차례 ‘빠루’를 언급하며 민주당이 당시 상황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박 의원은 지난 13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을 통해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빠루 들고 국회에서 온갖 법을 다 막고 있었다. 이런 방식이 국민들에게 준 인식은 ‘저기(한국당)는 야당 노릇도 하기 어렵겠구나’였고 그래서 저희가 180석을 얻었다”고 했다.
지난 3월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도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는 빠루를 들고 국회를 활보하고 다니지 않았나. 그러면 안 된다. 민주당은 그렇게 투쟁만 하는 정당이 아니라 국민의 민생을 책임지고 나가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된다”고 했다. 페이스북에도 “싸우는 야당, 강한 야당이 되겠다던 한국당의 ‘빠루의 길’을 걸어가선 큰일 난다”고 했다.
이와 관련 나 전 의원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박 의원은 최근 몇 차례의 인터뷰에서 나에 대해 빠루를 들고 모든 입법을 막았고, 또 그런 강경투쟁 때문에 총선에 우리당이 폭망했다고 반복적으로 언급했다”며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나 전 의원은 “더 이상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건강한 정치에 도움이 안될 뿐 아니라 정치과정을 왜곡시킬 수 있어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이에 부득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박 의원을 고발함을 알린다”고 밝혔다. 다만 “(박 의원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있다면 하시라도 고발은 취하할 수 있음을 밝혀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