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4일 지방 선거 패배에 대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가 아닌 ‘완진싸(완전히 진 싸움)’였다”는 내용의 평가 보고서를 내놨다. 전반적으로 민주당의 패배 요인을 격한 표현으로 비판했지만, 선거 패배 최대 원인으로 조사된 이재명 의원 책임론은 담담한 어조로 넘어갔다. 당에서는 “유력 당권 주자인 이 의원의 눈치를 본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왔다.

민주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민주당이 ‘도로 호남당’으로 축소·고립됐다”며 “이탈한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를 회복하려는 노력 없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처리, 민형배 의원 위장 탈당 등 집토끼 중심의 전략만 고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광주의 낮은 투표율, 국민의힘 호남의 높은 득표율은 민주당에 대한 호남 유권자들의 환멸을 대변했다”고 했다. 총 32쪽 분량인 보고서 곳곳에 ‘참패’ ‘자멸’ ‘구태’ 등 수위 높은 표현이 담겼다.

하지만 민주연구원은 자체 조사에서 선거 패배 최대 원인으로 지목된 ‘이재명·송영길 공천 정당성 미흡’ 문제에 대해 “좋은 공천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투표 참가 포기와 민주당 패배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만 했다. 자체조사에서 이재명·송영길 공천 문제(23.3%)는 ‘국정안정론 우세(19.5%)’나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15.9%)’보다 패배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지방 선거는 대선의 연장전으로 현 정권을 밀어주는 심리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민주당 패배의 첫 번째 원인으로는 이재명 의원의 계양을 공천과 송영길 전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출마가 꼽힌 것이다.

보고서는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응답자의 25.4%가 ‘내로남불’이라 응답했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 지지자 중에는 9.4%만이 내로남불을 문제점이라고 했다. 민주연구원은 “국민들은 검수완박, 위장 탈당에 ‘민주당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내로남불 정당’이라고 봤지만, 지지자들은 그렇게 보지 않은 게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