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변인들이 25일 이른바 ‘펜스룰’을 놓고 공개 설전을 벌였다. 펜스룰은 의도하지 않은 성적 논란의 발생을 피하기 위해, 남성이 자신의 아내를 제외한 다른 여성과 단둘이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신념 혹은 행동 양식이다. 2002년 마이크 펜스 당시 미국 부통령이 인터뷰에서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에서 유래된 용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2일 문성호 국민의힘 대변인이 여성 기자들과 식사를 한 후 “다음에는 남성 기자님들과 함께 식사하시죠”라고 발언하면서 시작됐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을 잠재적 무고 가해자 취급하는 건 대단히 잘못된 인식이라고 생각하며, 공적 영역에서 그 같은 인식을 입 밖으로 끄집어내는 행위는 특정 성별을 업무상 차별한 것으로써 문제 소지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문 대변인을 공개비판했다.
박민영 대변인은 “역지사지로 여성 기자가 제게 과거 추행 경험을 언급하며 여성 대변인 대동을 요구했다면, 저 역시 굉장히 불쾌했을 것”이라며 “이에 문성호 대변인에게도 ‘선을 긋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으며 직접 수습할 의지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판단, 피해 기자님들께 직접 연락해 상황을 설명드리고 아래 인터뷰(문 대변인 행동을 비판하는 내용)를 자청했다”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저는 젠더 이슈에 있어선 극단을 배제해야 한다는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한치 모순된 언행을 일삼은 적이 없다”라며 “잘못을 잘못이라고 비판하고 수습한 사람이 도리어 잘못을 저지른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이 매우 불쾌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널리 이해해주시기 바라며, 추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했다.
문 대변인은 이에 대해 “자고 일어나니 박민영 대변인이 저에 대해 이런 포스팅을 올린 것을 보아 당황스럽다”라며 “저는 여성 기자분들과의 ‘식사자리’를 거부한 것이 아니다. 다음 모임을 식사자리가 아니라 술자리로 하자는 얘기가 나오길래 그걸 듣고 ‘술자리’라는 전제 아래 남성 기자 분들도 계시면 가겠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문 대변인은 “물론 동석하신 기자님들께서 기분 나쁘셨을 수 있다. 이 부분은 이미 당사자였던 기자분께 사과의 뜻을 표한 바 있다”라며 “하지만 ‘술자리’에 대해 한 말을 마치 업무적인 영역에 대해 발언한 것처럼 호도하며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 또한 밝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문성호 대변인이 여성을 잠재적 무고 가해자 취급했다’는 지적은 받아들일 수 없단 말씀을 드린다”라며 “밤길을 걷는 여성이 만일을 대비하여 호신용품을 소지하는 것을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고 하지 않는다. 스스로의 안위를 위해 스스로 조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