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화제가 된 장면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한 장관은 상체를 숙여 휴대전화 화면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 장관이 지난 26일 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노출된 것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에게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보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것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이 사안은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언급됐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장관에게 “혹시 텔레그램을 사용하느냐”고 물었다. 텔레그램은 보안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메신저다.
한 장관이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메신저를 쓴다”고 하자, 기 의원은 “텔레그램을 사용하느냐”고 재차 물었다. 한 장관은 “주로 많이 쓰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에 기 의원이 “텔레그램을 사용할 때 항상 뒤 조심하십시오”라고 한 것이다.
국회 회의장에서 휴대전화 화면이 포착돼 곤욕을 치른 정치인들은 적지 않다. 2016년 새누리당 대표였던 이정현 전 의원은 국민의당 원내대표였던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보낸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망신을 당했다. 이 전 의원은 박 전 원장에게 “충성충성충성 장관님 사랑합니다 충성”이라고 보냈고, 박 전 원장은 “나에게 충성말고 대통령 잘 모셔”라고 답했다. “충성충성”이라는 표현이 유행하기도 했다.
2020년 1월에는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이 “지휘감독권한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 찾아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장관정책보좌관에게 보내는 장면이 포착됐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 국면에서 드러난 것이라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2020년 9월에는 네이버 부사장 출신인 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보좌진에게 “카카오 너무하는군요. 들어오라 하세요”라고 문자를 보낸 것이 드러났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발언이 포털사이트 다음 메인에 걸린 이후 일어난 일이다. 이 문자는 ‘포털 통제’ 논란으로 번졌다. 문재인 정부 초기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 의원이 포털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당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도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이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면서 알려졌다.
논란 예방 차원에서 당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에게 ‘주의령’을 내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당 의원 전원이 참여한 텔레그램 대화방에 “본회의장에서 휴대폰 사용시 상당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사진기자들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사소한 일들이 자칫 여야 협상에 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으니 의원님들께 주의를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