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3일 오후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의 영접을 받은 반면에 직전 방문국인 대만에서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2일(현지시간) 밤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해 대만의 외교부장의 영접을 받고 기념촬영을 했다. 펠로시 의장이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때 미국관계자들만이 영접을 하였고 우리 국회나 정부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 주한미국대사관 대만 외교부

미국 국가 의전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미 연방 하원의장이 3일 한국에 입국한 가운데, 주한 미국대사관이 올린 입국 당시 사진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을 보면 우리 정부 관계자가 한명도 없는 휑한 모습인데 이를 두고 ‘의전 홀대’를 지적하고 있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펠로시 의장의 카운터파트인 김진표 국회의장 측의 외교적 결례를 지적하는 얘기도 나왔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3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펠로시 하원의장의 방한을 환영한다” “굳건한 동맹은 인도태평양 및 세계 평화와 번영, 안보 증진에 필수적이다”라며 사진 2장을 올렸다. 펠로시 의장이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해 비행기에서 내리는 사진이다. 사진을 보면 골드버그 대사와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레드카펫 옆에 서서 펠로시 의장을 영접하고 있다. 우리 국회나 정부 관계자, 여야 의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했을 때는 조지프 우 외교부장이 공항에서 영접했다.

이 사진이 공개되자 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만나지 않기로 한 것과 맞물려 ‘의전 홀대’ 논란이 일었다. ‘주한 미국대사관 관계자가 홀대에 불쾌감을 표시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고, 골드버그 대사가 올린 사진에는 “마중 못 나가서 미안하다” “펠로시 의장 방한을 환영한다”는 우리 네티즌들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미 의회에서 인사가 올 때 행정부에서 나가는 경우가 없고 외교부 의전 지침도 그렇게 돼 있다”며 “국회에서도 의전을 나가려 했는데 ‘나오지 말아달라’는 미국측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한국 국회에서 아무도 의전을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로 치면 국회의장이고 의전 파트너가 정부가 아니라 당연히 국회인데 방한 환영 의전팀이 아무도 안나갔다고 한다” “얼마나 큰 외교적 결례냐”라고 비판했다. 펠로시 의장은 4일 국회를 찾아 김진표 의장과 한미 국회의장 회담을 갖고 오찬까지 함께할 예정이다.

하 의원은 “만약 우리 국회의장이 미국에 도착했는데 미 의회에서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고 냉대를 한다고 생각해보라”며 “국회의장이 이 심각한 결례에 대해 펠로시 의장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이날 오후 윤 대통령과 펠로시 의장이 전화 통화를 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하 의원은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도 국익을 위해 미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저런 논란이 있는데 만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