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정책 조율을 담당하는 정책기획수석을 신설하면서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임명했다. 초등학교 5세 입학 정책이나 주 52시간제 논란 등으로 노출된 정책 혼선을 차단하면서 국정 과제를 추진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前) 정부 때 있었던 청와대 정책실장을 폐지하면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정무뿐 아니라 정책 조율까지 해야 하는 등 ‘과부하’가 걸린 측면이 있었다”며 “이 수석이 정책 조율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대기 비서실장이 이날 브리핑에서 이관섭 수석을 “부처와 대통령실, 국민 간 소통과 이해를 더 원활히 해서 핵심 국정 과제 실현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고 소개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이 수석은 관료 출신이지만 대통령 비서실에서도 많이 근무했고 당 수석전문위원으로도 근무했다”며 “국정 전반에 대한 기획 조정 능력 외에도 정무 감각을 가진 분”이라고 했다. 정책 조율에 정무 판단도 가미하겠다는 뜻이다.
이 수석은 이날 “많은 기대와 희망을 갖고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아쉬워하는 국민이 많은 거 같다”며 “공정과 상식이 지켜지는, 국민 통합을 할 수 있는 그런 정부가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나라의 큰 결정을 하거나 작은 결정을 할 때도 작은 생선을 구울 때처럼 섬세하고 신중한 자세로 정책들을 돌보겠다”고 했다.
이 수석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행시 27회로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전신인 상공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산업부에서 에너지자원실장과 산업정책실장 등 부서 양축인 산업과 에너지 분야 모두에서 국·실장급을 거쳤다. 이명박 정부 시절엔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을 지내 정무 감각도 익혔다는 평가다. 박근혜 정부 때 2년 넘게 산업부 1차관을 지냈다. 이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맡았는데 2017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다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다. 그해 7월 한수원 이사회가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 중단’을 밀어붙이자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5·6호기가 공론화 과정에서 영구 중단으로 결론 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당시 문재인 청와대는 이 회견을 ‘항명’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특히 이 수석은 산업부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경력자가 많은 현 대통령실 인적 구조에서 정책 균형을 잡을 것이란 기대도 받고 있다.
이 수석 산하에는 비서실장 직속 국정과제비서관과 장성민 정책조정기획관 밑에 있던 기획비서관, 연설기록비서관을 배치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책조정기획관 등에게 분산됐던 정책 조정 업무를 정책기획수석으로 통합하는 동시에 정무 판단과 메시지까지 총괄하도록 힘을 실은 것이다. 정책조정기획관은 미래전략기획관으로 명칭이 바뀌고 미래정책비서관과 함께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에 전념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총무수석 또는 기획관리실장 등 대통령실 살림을 총괄할 수석·기획관급 자리 신설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