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법원의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으로 혼란에 빠진 가운데 주말인 27일 국회에서 비대위원 간담회, 중진의원 간담회,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의원 등이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국민의힘이 의원총회를 통해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하고 권성동 원내대표를 유임시키자 당내 일부 의원들이 공개 반발하고 나섰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 당 대표를 내쫓기 위해 작위로 일부 최고위원들이 사퇴쇼를 벌인 것은 부당하며 위법이니 이준석의 당 대표 지위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법원 결정의 핵심 아닌가?”라며 “‘체리 따봉 해프닝’ 이전으로 당 체제를 돌리는 것이 법원의 결정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병욱 의원은 “이준석의 당 대표 지위를 보전하라는 법원의 결정을 두고 새로운 비대위원회 출범으로 대응하려는 당 일각의 해석과 시도는 위법, 탈법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라며 “집권여당이 스스로 법적, 민주적 정당성을 파괴하고 어떻게 국민 앞에 설 수 있나? 준법 절차 이행보다 이준석 제명에 더 열을 낸다면 우리 당은 위헌 정당, 반민주 정당에 더해 ‘치졸한 꼼수 정당’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준석 하나 품지 못하면서 누구를, 어느 국민을 포용한단 말인가? 대다수의 청년과 중도층을 적으로 돌리고 대통령의 성공과 총선 승리 그리고 정권 재창출을 논할 수 있나?”라며 “지금 우리 당은 오만과 독선에 중독됐다. 그 독을 치유할 유일한 해독제는 뉘랄 것 없이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용기다”라고 했다.

5선 중진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조 의원은 “현 지도부는 대승적 결단을 하시라. 이번 의원총회의 결정은 국민과 당원을 졸로 보는 것”이라며 “당과 국가를 사랑한다면 결단을 하셔야 한다. 새로운 원내대표와 지도부가 구성되어 상황을 수습하는 것이 빠르고 깔끔하다”고 했다.

같은 당 김태호 의원은 “국민과 소통‧공감하지 못하면 공멸이다. 그 무엇보다 민심의 무게를 무겁게 여겨야 한다”라며 “분란과 혼란을 수습하려면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사태 수습의 첫 단추다. 그것이 당을 살리고 윤석열 정부를 살리는 길”이라고 했다.

허은아 의원은 “염치가 실종돼 면목이 없다. 자괴감과 무력함을 느낀다. 비상한 각오와 당 지도부의 책임지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호소했지만 허망하기만 하다”라며 “국민이 지켜보고 계시다. 지금이야말로 국민을 믿고 법의 판단을 존중하고 제 할 일을 할 때다. 그게 원칙이다. 원칙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최재형 의원은 “가처분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 전 대표 발언인) 양두구육이 아니라 징계 이후 조용히 지내던 당대표를 무리하게 비대위를 구성해 사실상 해임했기 때문”이라며 “그래도 모든 것이 빈대 때문이라고 하면서 초가삼간 다 타는 줄 모르고 빈대만 잡으려는 당. 나라와 당에 대한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이다”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우리 당이 정말 걱정이다. 반성과 성찰은 하나도 없다”라며 “법원과 싸우려 하고 이제 국민과 싸우려 한다. 민주주의도 버리고 법치주의도 버리고 국민도 버렸다. 다섯 시간 동안 의총을 열어 토론했는데 결론이 너무 허망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법원의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결정으로 혼란에 빠진 가운데 주말인 27일 국회에서 비대위원 간담회, 중진의원 간담회, 의원총회를 잇달아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소속의원들이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2.08.27 이덕훈 기자

김웅 의원은 “(비대위를 존속시키는 것은) 설렁탕을 시켰다가 취소했는데 설렁탕 주문을 취소한 것이지 공깃밥과 깍두기까지 취소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며 “비대위가 그대로 간다면 우리는 위헌정당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 비대위 체제를 무효화하고 기존 최고위를 복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상현 의원은 “다시 비대위 체제를 존속시키고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으로 다시 하겠다는 지도부의 방침은 민심의 목소리하고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며 “언론의 타깃이 되는 분들은 2선 후퇴해야 한다. 새 지도부에서 이준석 대표를 톤다운시키고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와의 통 큰 화해를 만들어내는 게 우리 국민의힘의 정치 방향”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유승민 전 의원은 “비대위 유지, 이 대표 추가 징계라는 어제 의총의 결론은 국민과 민심에 정면으로 대드는 한심한 짓”이라며 “내 공천이 걱정되니까 권력이 시키는 대로 바보짓을 하는 거다. 당도, 대통령도, 나라도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의총을 다시 해야 한다. 어제 결론은 쓰레기통에 던지고 백지 위에서 다시 정답을 찾아야 한다”라며 “공천 걱정 때문에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 눈치 볼 것 없다. 누가 총선 공천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대위 탄생의 원인은 대통령의 ‘내부총질, 체리 따봉’ 문자 때문이었다”라며 “본인의 문자로 이 난리가 났는데 모르쇠로 일관하며 배후에서 당을 컨트롤 하는 것은 정직하지도, 당당하지도 못한 처신이다. 이 모든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당정이 새 출발을 하도록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26일 법원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낸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하자 국민의힘은 27일 의원총회를 통해 당헌·당규를 정비한 뒤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은 이외에도 의총에서 △ 법원의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인용 결정에 대해 이의 신청 및 항고 등 이의 절차를 밟는다. △ 이준석 당대표의 언행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추가 징계를 위해 윤리위원회 개최를 촉구한다. △ 원내대표의 거취는 이번 사태를 수습한 후 의원총회의 판단에 따른다는 결정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