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시민단체 지원 문제를 놓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실태에 대한 감사에 나선 데 이어, 국무총리실 소속 시민사회위원회의 폐지를 검토하자, 더불어민주당에서 반발이 터져나왔다. “시민단체 지원을 줄여 견제를 받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반면 정부 견제를 표방한 시민단체가 정부 돈을 받아다 운영비로 써온 국내 시민단체의 관행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국무총리비서실에 따르면 비서실은 지난 1일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 폐지령안’에 대한 의견을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비서실은 공문에 “기일까지 회신이 없는 경우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적었다. 해당 규정에 따라 만들어진 ‘시민사회위원회’의 폐지를 향한 수순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어들 것이란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활동 증진에 관한 규정은 정부가 시민단체를 지원해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5월부터 시행했다. 규정을 보면 시민사회 전반에 대한 지원 방안, 정책 수립 과정에서 시민사회와의 소통·협력 강화 등이 정책 수립의 기본 원칙으로 명시돼 있다. 이와 별도로 윤석열 정부는 감사원을 통해 정부의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실태를 들여다보는 감사도 진행하고 있다.
◇민주 “정부 감시·견제 시민단체 수족 자르려는 의도”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온 시민 단체의 수족을 자르려는 윤석열 정부의 의도는 견제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시민사회 활성화 규정의 졸속, 밀실 폐지를 즉각 중단하고 공개적인 논의 과정을 거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고 의원은 “현재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공포 정치를 시작한 것 같다. 야당 대표(이재명)는 물론이고 자신의 당선을 위해서 헌신했던 여당 대표(이준석)조차 잘라내고 있다”며 “이어서 정부의 견제 세력인 시민단체들까지 잘라내려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발 눈을 떠서 앞을 바라보고 귀를 열어 들으시라. 비판 세력을 잘라낸다고 진실을 묻어둘 수는 없다”고 했다.
김현정 민주당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령을 고쳐가며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을 끊어버리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시민단체가 정치예비군으로 전락했다’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권성동 원내대표의 말을 윤 대통령은 곧이곧대로 믿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현정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꼭 하겠다’던 공약은 폐지하거나 축소하더니, ‘폐지하겠다’던 공약은 철저히 지키고 있으니 황당하다”며 “대기업과 부자는 지원을 강화하면서 정말 지원해야 할 청년과 노인 등 사회적 약자,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은 매몰차게 끊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공정과 상식인지 묻는다”라고 했다.
◇지난 대선 당시 尹 “정치권력과 시민단체 간 부패카르텔”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언젠가부터 정치권력은 일부 시민단체를 세금으로 지원하고, 일부 시민단체는 권력을 지지하는 부패 카르텔이 만들어졌다”고 했었다.
정부와 대비되는 개념(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에 포함되는 시민단체가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온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미국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우리는 독립적인 비정부단체로, 정부 지원금은 받지 않으며 오로지 개인이나 전 세계의 재단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고 적시해놨다.
국고 지원을 받는 국내 시민단체의 불투명한 회계처리도 논란이다. 국내 주요 시민단체 가운데 하나였던 정의연의 전 이사장 윤미향 의원은 정의연·정대협 대표를 지내면서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보조금 3억원을 부정 수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2020년 윤미향 의원을 횡령·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윤 의원과 정대협 간부가 2013년부터 7년간 유령 직원을 내세워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로부터 3억230만원을 부정 수령했다”고 발표했다. 윤 의원은 “국고보조금 횡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검찰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재임기간 1조원이 넘는 보조금을 시민단체에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