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고교생 작가의 ‘윤석열차’ 만화가 최근 부천 국제만화축제에 전시돼 논란을 일으키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 측인)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유감을 표하며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힌데 대해 여당 내부에서 “긁어 부스럼”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의 대표 브랜드가 ‘자유’인데 자칫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듯한 모양새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5일 열린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연상시킨다”고 공격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때는 (문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고소·고발까지 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하면서도 내부에선 신중한 모습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본지에 “대통령 풍자 만화나 합성사진은 온라인에 수없이 많고 신문에도 매일 실린다”며 “문체부가 굳이 만화까지 간섭하는 모양새를 만들면서 논란을 더 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자유’를 강조하는 만큼, 전 정권보다 너그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안 그래도 20대 지지율이 폭락하고 ‘꼰대’ 이미지가 강해지고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젊은 층이 더 실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준석 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에 “신문사마다 일간 만화를 내는 곳이 있고 90% 이상이 정치 풍자인 것은, 그만큼 만화와 정치가 가까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논란이 된 작품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열린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윤석열차’라는 제목으로 전시된 한 컷 만화로 지난 7~8월 진행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에서 수상했다. 달리는 열차 정면에 윤 대통령 얼굴이 그려져 있고, 열차 첫 칸에는 김건희 여사, 뒤칸에는 칼을 든 검사복(服)의 남성 4명이 연이어 탄 모습이다. 여기에 열차 앞에는 시민들이 놀란 표정으로 달아나고 있어 논란이 됐다.
문체부 국정감사에서도 ‘윤석열차’ 논란은 계속됐다. 민주당 김윤덕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가 다시 떠오른다”며 “그때는 밀실에서 이뤄져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번에는 아예 공개적으로 예술인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당 이병훈 의원은 국감장에서 윤 대통령이 대선 기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치 풍자는 이 프로그램의 권리’라고 말한 영상을 틀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이용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을 비판하는 대자보에 대해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내사를 진행했고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을 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게는 민형사상 소송까지 걸었다”며 “‘윤석열차’가 아니라 ‘문재인 열차’였다면 논란은 지금보다 더했을 것”이라고 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저희가 문제 삼은 것은 작품이 아니다”라며 “순수한 미술적 감수성으로 명성을 쌓은 중고생 만화 공모전을 정치 오염 공모전으로 만든 만화진흥원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했다. 당초 만화진흥원은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을 결격 사유라고 하며 문체부의 후원을 받았는데 실제 공모전 심사에선 이런 결격 사항을 누락했기 때문에 ‘경고’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대통령실과의 교감에 대해선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