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3일 밤부터 14일 오후까지 4차례에 걸쳐 9·19 군사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며 군사 도발을 했다. 24시간이 채 안 되는 동안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전투기 위협 비행, 해상 포격, 탄도미사일 발사, 해상 포격이 이어졌다. 북한은 그동안 개성 연락사무소 폭파 등 단발적으로 9·19 합의를 위반해왔지만, 이번처럼 단시간에 육해공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도발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등에 기여한 북한 개인 15명과 기관 16곳을 제재하는 대북 독자 제재를 5년 만에 발표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14일 오후 5시부터 강원도 장전과 서해 해주만·장산곶 일대에서 9·19 군사합의로 설정한 동·서해 완충해역으로 390여 발의 포병 사격을 했다. 앞서 북한 군용기 10여 대는 13일 오후 10시 30분부터 14일 0시 20분까지 전술조치선(TAL) 이남을 넘어 서부와 동부 내륙을 각각 비행금지구역 북쪽 5㎞, 비행금지구역 북쪽 7㎞까지 근접 비행하고 북상했다. 서해 지역에서는 북방한계선(NLL) 북쪽 12㎞까지 내려왔다. 북 전투기가 TAL을 넘어온 것은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우리 공군은 즉각 최신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등을 출격시켜 대응했다.
북한은 이어 14일 오전 1시 20분과 오전 2시 57분에는 각각 황해도와 강원도에서 9·19 합의로 설정한 서해와 동해의 해상완충구역을 향해 170여 발의 포 사격을 했다. 포 사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전 1시 49분에는 평양 순안서 동해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오전 2시 19분쯤 대변인 명의 ‘발표’를 내고, “전선 적정(적의 정보)에 의하면 10월 13일 아군 제5군단 전방 지역에서 남조선군은 무려 10여 시간에 걸쳐 포 사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트집 잡은 포 사격은 주한미군이 9·19 완충구역에서 남쪽으로 5㎞ 벗어난 강원도 철원 사격장에서 남쪽을 향해 한 연습탄 사격으로, 이미 계획된 훈련이었다. 합참도 이날 “도발을 중단하라”는 대북 경고 성명을 냈다. 남북 군 당국이 서로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북한 포 사격은 9·19 합의 위반”이라며 “(이와 관련한 대책을) 하나하나 다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9·19 합의 유지 여부는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고 말했다.